“고난 예상되지만…썩은 것 싹 바꿀 기회로” 경제수장 신년사
재계 수장들이 2023년 신년사를 통해 고난 극복과 구조 개혁을 강조했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은 높아지고 1%대 저성장이 예측되지만 이런 시기를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에는 기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정책적 뒷받침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업 부담을 줄이는 제도적 뒷받침은 정부와 국회의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과 동등한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마련하는 데 적극 나서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덧붙여 “노동개혁, 규제개혁, 교육개혁 같은 개혁 과제를 일관성 있게 추진해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다시 끌어올리는 자양분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고난을 극복해 오히려 기회로 삼는다’는 손자병법의 ‘이환위리(以患爲利)’를 제시하며 “지금 무엇을 준비하느냐에 경제 회복기에 실력 차이를 극명하게 가를 것이다. 새로운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내년에 2030년 엑스포 개최지가 결정되는 것을 언급하며 “부산 엑스포는 국격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행사다. 회원국들의 우호적인 분위기 조성과 국민 공감대 형성에 노력하겠다”고 덧붙다.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내년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미·중 갈등은 무역을 넘어 기술과 공급망 분야로 확산하고, 자국 내 제조역량을 강화하려는 주요국 간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수출 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를 약속했다. 구 회장은 “현장 컨설팅과 맞춤형 대화 채널 등 소통을 확대하고, 스타트업과 신성장 유망 기업들이 수출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도록 밀착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팬데믹 이후 변화한 교역 구조와 그린 디지털 전환에 대응한 수출 기반 강화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며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하는 규제나 제도의 개선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정부에 건의하고, 교역 상대국과 협력을 늘리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웅크렸던 어둠에서 벗어나 새롭게 도약하는 ‘검은 토끼’처럼 우리 무역이 다시 한번 새 역사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규제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전환해 기업 경영 활동 영역을 사전에 폭넓게 인정해주되 그에 따른 책임은 사후에 묻는 규제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며 “경쟁국들이 기업의 조세 부담을 완화하는 추세를 고려해 추가적인 세제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 체계의 성과보상 체계로 전환과 다양한 생산방식의 보장, 탄력적 근로시간 대응 등도 주장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썩은 것을 도려내어 새 것으로 바꾼다는 뜻을 가진 ‘환부작신(換腐作新)’을 신년사의 키워드로 제시했다. 허 회장은 “전방위적 구조 개혁을 추진해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경제 선진국으로 도약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국민·정치권·기업이 한마음 한뜻으로 원팀(One Team)이 돼 힘을 모아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가 규제 개혁을 포함한 기업 환경 개선에 힘써달라”고 덧붙였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중소기업 중심의 정책 환경이 조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으론 금리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 금융 부담을 완화하고, 납품단가 연동제가 조속히 정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중견기업인들의 쓰러지지 않는 기업가정신은 태양을 향해 도약하는 이카로스의 갈망을 닮았다. 민간 주도 성장 패러다임을 열어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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