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읽는 2022년 경제 요약_돈쓸신잡 #78
2022년을 요약하는 단어로 ‘다사다난’이라는 표현은 조금 성의 없이 느껴질 수 있다.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가 있었던가. 세상엔 언제나 많은 일이 일어난다. 하지만 역시나 올해를 돌아봐도 다사다난이란 말 외에는 쉽게 떠오르는 단어가 없다. 늘 다사다난하지만 올해는 유독 더 그랬다. 1년 동안 우리에게 일어났던 일을 키워드로 정리해 봤다.
대표적인 단어는 런치플레이션이다. 런치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다. 급격히 치솟은 외식 비용이 직장인을 습격했다. 실제로 자장면, 김밥, 칼국수, 떡볶이, 라면, 국밥 등 누구에게나 친숙한 음식 가격이 10% 이상 인상됐다. 그러자 편의점 음식으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는 직장인이 늘었고, 덕분에 편의점 매출만큼은 크게 늘었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부업까지 뛰는 직장인도 확 늘었다. 내 소득은 제자리인데 물가가 오른 경우엔 실질적으론 소득이 줄어든 것과 같다. 또한 소득이 올랐다고는 하더라도 물가 상승률보다 적게 오른 경우에도 소득은 사실상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여전히 5성급 호텔, 한 끼에 수십 만 원인 오마카세, 명품 매장은 호황이다. 한쪽에선 극단적으로 돈을 아끼고, 반대편에서 누군가는 여전히 플렉스를 한다. 플렉스가 아니면 무지출이다. 중간 구간에 위치한 소비가 줄었다. 인플레이션의 대표적인 부작용이 바로 양극화다.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찾아온 이유는 복합적이다. 코로나가 터진 직후 경제 쇼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전 세계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추며 돈을 풀었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 화폐의 가치는 하락하고 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졌다. 전쟁 여파로 원자재 공급망이 훼손됐다. 자동차 계약을 하면 차를 받기까지 1년에서 2년까지 걸리는 지경이 됐다. 수요는 여전한데, 공급이 부족하면 물가는 오른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은 고강도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올해 경제 뉴스에 많이 등장한 단어가 바로 자이언트스텝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 올리는 것을 자이언트스텝이라고 부른다. 미국은 올해 무려 4번이나 연속으로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미국의 금리가 전 세계 경제에 끼치는 파급력은 막대하다. 사실상 모든 경제 요소들 가운데 가장 강력하다.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는 건 달러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뜻이다. 달러의 가치가 상승하면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국의 화폐 가치는 떨어진다. 즉, 발등에 너무나 뜨거운 불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다른 나라들 역시 자국의 화폐 가치를 지키기 위해 금리를 올리며 대응할 수밖에 없다.
올해 한 해를 돌아보면 주식시장은 1년 내내 사탄랠리였다.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이 금리를 올린 여파가 주식 시장을 강하게 때린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 시중에 풀린 돈은 안전한 자산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다만, 역사적으로 우리가 배워야 할 건 영원한 산타랠리도 없듯이 영원한 사탄랠리 역시 없다는 점이다. 지금은 투자자들에게 매우 힘든 시기지만, 역사가 알려주듯 시장은 결국 수렁에서 빠져나온다. 극복하지 못한 위기는 아직까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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