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계, 겨울나기 안간힘
한샘몰과 한샘닷컴 통합예고
홈리모델링에 집중할 듯
현대리바트, 인테리어 집중
리바트 집테리어 영업망 확대
원자재 가격 급상승 여파에
실적 방어위해 가격인상도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주택시장 침체와 소비 부진 등으로 올해 실적이 급격히 악화된 가구업계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성과가 미진한 기존 사업을 과감하게 접고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새해 경영전략으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분위기다.
29일 가구업계에 따르면 한샘은 지난달 말 가구 구독서비스를 종료했다. 지난해 1월 이 사업을 개시한 지 1년10개월 만이다. 한샘은 그동안 카카오톡 ‘한샘몰’ 채널을 통해 가구업계에서는 최초로 가구 구독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코웨이 등 렌털업계가 기존에 성공한 사업 모델을 가구에도 적용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주력으로 내세운 매트리스 ‘EAZY8’의 구독 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샘 관계자는 "매트리스 특성상 렌털보다는 판매 형태가 더 맞겠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서비스를 추가로 진행하지는 않지만 기존 구독 가입자 서비스는 유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샘이 기존 한샘몰과 한샘닷컴을 합친 통합 플랫폼 운영 구상을 내년 사업계획으로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불필요한 몸집을 줄이고 기존에 잘하던 사업 위주로 내실을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한샘은 렌털보다는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가구 판매나 리모델링 분야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한샘은 통합플랫폼에 홈리모델링 전문 콘텐츠를 탑재하고 매장·대리점 등 오프라인 인프라와도 유기적으로 결합할 계획이다.
현대리바트는 내년에 종합 인테리어 브랜드 ‘리바트 집테리어’의 영업망 확대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선보인 리바트 집테리어는 주방가구·욕실·창호·바닥재·벽지 등 리바트 인테리어 제품에 대한 상담부터 공간 컨설팅, 구매, 시공, A/S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지난 7월 현대백화점 천호점에 1호점을 오픈 한 후 판교, 목동, 송도, 대구, 충청지역 현대백화점과 아울렛에 올해만 리바트토탈 매장 6곳을 열었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부산·대전·광주광역시 등 전국 현대리바트 직영 전시장 12곳도 전면 재단장해 플래그십 스토어로 운영중"이라며 "대리점도 300여개로 늘리는 등 전국 영업망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적 방어를 위한 가격 인상도 단행한다. 현대리바트는 내년 1월2일부터 침대·소파 등 가정용 가구 가격을 평균 5% 올릴 예정이며 한샘도 내년에 부엌·수납·패널 등 주요 제품 가격을 0.5~2.7% 정도 인상하기로 했다.
가구업계가 새해부터 가격 인상에 나서는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가구·인테리어의 주요 원자재는 목재를 잘게 조각내 접착제로 붙여 굳혀서 만든 건재인 파티클보드(PB)다. 가구업체는 PB의 약 80%를 해외에서 들여오는데 세계 5위 목재 수출국인 러시아 의존도가 높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러시아 무역제재로 물량 조달이 어려워져 PB 수입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해 말 57만원 선이었던 러시아산 제재목 가격은 지난 4월 90만원까지 급등했다가 9월 기준으로는 61만5000원 선에 거래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샘과 현대리바트는 올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샘은 올해 3분기에 13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같은 시기 현대리바트의 영업이익도 전년동기보다 87% 급감한 5억원에 그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내 증권가가 추정한 한샘의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는 68억원으로 전년대비 90.1% 줄어들 전망이다. 같은 기간 현대리바트는 43억원으로 78.7% 감소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집을 많이 짓거나 활발한 주택 거래로 이사 수요가 살아나야 가구업계 실적이 올라가는데 부동산시장 침체로 당분간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며 "업계 간 출혈 경쟁도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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