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반성…"올해 큰 실수는 긴축 장기화 가능성 간과"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들과 반성문
‘2022년 나의 실수’ 제목의 리포트 발간

[아시아경제 장효원 기자] 김학균 신영증권 센터장(사진)은 올해 증시를 돌아보면서 본인이 범한 가장 큰 실수로 미국의 긴축 장기화 가능성을 간과한 점을 꼽았다.

29일 김학균 센터장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들과 함께 ‘2022년 나의 실수’라는 리포트를 발간했다. 김 센터장은 “올해 범한 가장 큰 실수는 중앙은행의 긴축 장기화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 것”이라며 “올해가 시작되기 직전에 열렸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당시 점도표 상에 나와 있었던 올해 말 기준금리는 0.75~1.0%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Fed는 지난 3월 이후 7차례 금리를 올렸다. 지난 3월에만 0.25%포인트 인상의 베이비스탭을 밟았을 뿐, 0.5%포인트 빅스탭 두 번, 0.75%포인트 자이언트스탭을 네 번이나 단행했다. 이에 연말 미국의 기준금리는 4.25~4.5%로 높아졌다.

김 센터장은 “연준의 행보 자체가 서프라이즈였다는 평가도 할 수 있지만 세 가지 점에서 판단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세가지 중 첫 번째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치솟고 있었다는 점이다. 올 초 미국 CPI는 전년 동기 대비 6.8%까지 올랐고 코어 CPI 상승률도 4.9%에 달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의 자기강화적 속성을 감안하면 연준의 가이던스보다 물가가 훨씬 높게 치솟을 수도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했다”고 말했다.

둘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그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전쟁까지 발생했다”며 “전쟁의 발발은 예측하지 못했더라도 인플레이션의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전쟁 발발 초기에 인식했어야 했다”고 반성했다.

세 번째는 저금리 유지의 당위성에 대한 지나친 믿음이다. 그는 “인플레이션 억제뿐만 아니라 금융안정 역시 미국 중앙은행의 중요한 고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봤다”며 “하지만 그 의사결정의 변곡점이 된 금리 수준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산 가격의 움직임에서는 종종 경험할 수 있었지만 경제 행위나 정책 의사결정까지도 일단 한쪽 방향으로 경도되면 관성과 가속도로 표현되는 자기강화의 과정이 나타난다는 점을 2022년에 실감했다”며 “변곡점을 맞추려 하는 것보다 일단 만들어진 추세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대처 전략을 짜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는 자성을 한다”고 전했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