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귀하신 몸'…서울 아파트 18% 역전세난 우려
[한국경제TV 김현경 기자]
지난해 급등했던 전셋값이 올해 크게 하락하면서 서울 주택 전세 갱신계약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이하 갱신권) 사용 비중도 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올해 전셋값은 작년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고, 현재 전셋값이 2년 전 전셋값보다 떨어져 집주인이 오히려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역전세난도 확대되고 있다.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 전월세 신고건수는 총 4만5천79건으로, 이 가운데 갱신계약은 27.7%인 1만2천487건으로 집계됐다.
신규 계약이 11월 3만2천592건으로 전체 거래량의 72.3%를 차지해 올해 5월(75.4%)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한 반면, 갱신계약은 올해 5월 24.6% 이후 가장 낮아진 것이다.
지난달 갱신계약 건 가운데 세입자가 갱신권을 사용한 경우는 5천171건으로 41.4%를 차지했다. 갱신계약 10건 중 4건은 갱신권을 쓰지 않고 재계약을 한 것이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비중이면서 1월 59.0%에 비해서는 17.6%포인트(p) 감소했다. 갱신권 사용 비중은 1월 이후 2월 57.4%, 3월 55.0%, 4월 54.3%, 5월 50.4%로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6월에 다시 53.2%, 7월에는 54.5%까지 늘었지만 8월 54.1%, 9월 51.8%로 다시 낮아졌다.
2020년 8월 도입된 임대차 2법으로 인해 올해 8월부터 2년 전 갱신권을 사용한 전세계약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전셋값이 다시 급등할 것이라는 '8월 대란설'이 시중에 돌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로 금리 인상 등 여파로 전셋값이 크게 하락하면서 갱신권을 쓰지 않고 재계약을 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특히 10월에는 갱신권 사용 비중이 46.6%를 기록하며 50% 밑으로 떨어졌고, 11월 40%선까지 내려갔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고금리 여파로 대출을 받아 이사하려는 임차인이 감소하면서 세입자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오히려 2년 전보다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깎아줘야 하는 상황이라 재계약을 하더라도 굳이 세입자의 갱신권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갱신권은 해당 전세 계약에 대해 언제든 한 번은 사용할 수 있어 이번에 갱신권을 쓰지 않아도 요구 권리는 계속 유지된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전월세 실거래가 시스템에서 서울 주택에만 공개하던 전월세 신규·갱신 등 계약 유형과 갱신권 사용 여부를 이달 30일부터는 전국으로 확대 제공할 방침이다. 또 계약 유형과 갱신권 사용 여부를 지금까지는 신고일 이후 익월 말에 공개했으나 30일 이후 신고분부터는 다음날 바로 공개하기로 했다.
이처럼 계약갱신권 사용 비중이 최근들어 급감한 것은 금리 인상으로 매매뿐 아니라 전셋값도 크게 하락한 영향이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들어 지난주까지 누적 8.25% 하락했다.
지난해 1년 치 상승분(6.48%)을 고스란히 반납한 것은 물론 더 많이 떨어진 것이다. 특히 대단지나 전세수요가 적은 지역에서는 전셋값이 2년 전보다 더 떨어져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다.
부동산R114가 2년 전과 올해 1건이라도 전세 거래가 있었던 서울 아파트 9천606개 주택형의 전셋값을 분석(최고가 비교)한 결과, 올해 계약금액이 2년전 계약금액보다 낮은 경우는 1천774개로 전체의 18%에 달했다. 이들 주택형에서는 전세 재계약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 일부를 돌려줘야 하는 역전세난이 현실화하거나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 조사에 따르면 이달 29일 기준으로 1년 전 5만2천279건이던 전월세 물건 수는 현재 8만6천754건으로 65.9%나 증가한 상황이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가 4만5천760건에서 5만1천245건으로 11.9%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증가세다.
금리 인상으로 집이 안 팔리자 일부 집주인들은 매매를 전세로 돌려내놓고 있다.
부동산R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올해 임대차 2법 여파로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가파른 금리 인상 여파로 전셋값도 약세를 면치 못했고 일부 지역에서 '깡통전세'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며 "내년에는 입주물량이 올해보다 증가하고, 고금리가 지속되며 역전세난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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