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암 나뉜 보험업계...손보사 웃고 생보사 울었다 [2022 결산]
생보업권, 채권가격 하락으로 전년比 20.3%↓
올해는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3고’에 시달린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같은 금리 인상 이슈에서 보험업계도 자유롭지 못했다. 생명보험 업계는 고금리 여파로 실적감소를 피하지 못한 반면 손해보험 업계는 손해율 개선이라는 깜짝 선물을 받아 실적개선을 이어나가는데 성공했다.
다만 올해 하반기부터 불안해진 채권시장은 업권 전체의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이 급락하는 등의 문제를 낳았다. 여기에 연말연시 퇴직연금과 저축성보험 만기가 한꺼번에 도래함에 따라 저축성보험 경쟁이 치열하게 일어났다. 이는 내년 유동성 및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오고 있다.
실적 희비…손보사 ‘웃고’ 생보사는 ‘울고’
2022년 보험업계의 가장 큰 특징은 업권간 희비가 갈렸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의 2022년 3분기 보험회사 경영실적(잠정치)에 따르면 손해보험 31개사의 당기순이익은 4조8175억원으로 전년동기(3조9390억원) 대비 22.3% 증가했다.
이 중 4대 손보사(삼성화재, DB손보, 현대해상, KB손보)의 3분기 누적순이익은 연결기준 △삼성화재 1조1019억원 △DB손해보험 8524억원 △현대해상 5023억원 △KB손해보험 5207억원을 기록하는 등 4개사 모두 실적이 크게 성장했다.
손보사의 3분기 당기순이익이 증가한 것은 장기보험의 손해율 하락 등으로 보험영업이익이 개선됐고, 환율 상승으로 외화환산 이익이 증가하며 투자영업이익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보험 손해율의 개선이 큰 영향을 미쳤다. 11월까지 빅4 손보사 자동차보험 평균 누적 손해율은 79.6%를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0.3%p 하락했다. 자동차보험의 적정손해율은 77~80% 수준으로 코로나19 발생 전 최대 130%까지 치솟던 것과 비교하면 큰 개선이다.
반면 생보업계는 실적하락을 면치 못했다. 국내 23개 생보사들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9437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6915억원) 보다 20.3% 감소했다. 생보업계의 경우 올해 보험료 수익 감소로 인해 전년보다 보험 영업 손실이 확대됐다. 이와 더불어 채권가격 하락으로 투자영업이익도 감소했다는 것이 금감원의 분석이다.
4대 생보사의 3분기 누적순이익을 살펴보면 업계 1위 삼성생명 6404억원으로 한화생명의 8063억원보다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 교보생명과 신한라이프는 각각 4667억원, 3696억원을 기록하면서 실적이 낮아졌다.
상반기 고금리·하반기 채권시장 흔들리며 보험사도 ‘휘청’
생보사의 실적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고금리와 채권시장의 불안정이다. 채권시장이 불안정해지자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이 급락하는 등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RBC비율 하락은 생보사들이 가장 여파가 컸다. 3분기 기준 푸르덴셜생명의 RBC비율은 250.2%로 105.5%p 떨어졌다. 신한라이프 RBC비율도 31.4%p 하락한 267%로 나타났으며 DGB생명은 113.1%로 전년 대비 91%p 감소했다. NH농협생명은 가장 큰 감소 폭인 115.7%p를 기록하며 107%로 하락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채권 재분류와 금리 상승 시기가 맞물리면서 평가이익 감소하고, 재무건정성이 악화된 것으로 보고있다. 보험사는 보유 채권을 통상 만기보유증권과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하는데 만기보유증권은 회계상 원가로, 매도가능증권은 시가로 평가한다. 매도가능증권은 금리에 따라 평가액이 달라지는 특성이 있는데, 지난 2년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몇몇 보험사들은 기존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대거 재분류했다.
당시 금리 하락으로 기존 채권가격이 오르면서 한동안 자산과 RBC비율 상승 효과를 누렸지만,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급격히 금리가 상승하면서 채권가격이 떨어지자 RBC비율 역시 하락세를 기록하게 된 것. 이에 보험업계는 내년 도래하는 IFRS17에 앞서 자본 확충을 통해 재무건전성 개선이라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자금 확충해야 하는데…돈은 어디서 구하나
하지만 하반기부터 갑작스럽게 한국 채권시장에 사건사고가 발생하면서 급격히 불안해짐에 따라 보험사들의 자금조달에 ‘난항’이 발생했다. 레고랜드발 사태로 인해 채권 발행이 잇달아 실패하면서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기 시작한 상황.
실제로 흥국생명이 지난 11월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조기상환권(콜옵션)을 연기하면서 사태의 정점을 기록했다. 흥국생명은 당초 3억달러(약 42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차환 발행해 조기상환 자금을 마련하려 시도했지만, 시장 여건 악화로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었다. 이에 따라 흥국생명은 지난 1일 자금 조달에 실패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일련의 사태는 외화 채권 시장에서 한국물의 거래를 급격히 위축시켰다. 그나마 12월 중순이 돼서야 금융당국의 채안펀드 가동 및 긴급조치 등으로 채권시장의 안정화가 진행됐지만, 연말 ‘저축성보험’의 만기가 일시 도래하면서 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가게 될 상황에 처하게 됐다.
결국 금리인상기 예금금리와 경쟁하게 된 저축성보험들은 자금유출을 막고자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게 됐다. 코로나19 이전 2~3%대에 머물던 저축성보험 상품의 금리는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5~6%대로 급격히 상승했고,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보험업계에서는 내년까지도 저축성보험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채권시장이 급격히 침체되면서 자금 조달 창구가 막힌 보험업계가 현금 확보를 위해 저축성보험을 선택했다”며 “또한 채권 금리가 7~8%에 달할 만큼 높아진 상황에서 유입된 현금을 통해 재투자를 하기 좋아 저축성보험을 통한 현금확보에 열을 올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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