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 방지법이 시급하다 [하재근의 이슈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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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가 1월 1일 특집 방송 계획을 발표했다.
1월 1일 밤 10시에 '재벌집 막내아들 순양정복기'를 방송한다는 것이다.
왜 하필 '순양정복기'라고 했을까? 이미 재벌집 막내아들의 순양정복기에 몰입했던 시청자들이 뒤통수를 맞은 후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순양정복기에 시청자들이 배신감을 느낀 이유는 그것이 꿈이라고 나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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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가 1월 1일 특집 방송 계획을 발표했다. 1월 1일 밤 10시에 ‘재벌집 막내아들 순양정복기’를 방송한다는 것이다. 대히트작을 다시금 특별 편성하는 건 시청자를 위한 배려일 수 있다. 일반적이라면 그렇다. 하지만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번 특집 방송의 제목은 마치 시청자를 우롱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왜 하필 ‘순양정복기’라고 했을까? 이미 재벌집 막내아들의 순양정복기에 몰입했던 시청자들이 뒤통수를 맞은 후다. 시청자에게 그렇게 배신감을 안겨놓고, 바로 그 포인트를 내세우며 특집을 한다니 무신경도 이런 무신경이 없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순양정복기에 시청자들이 배신감을 느낀 이유는 그것이 꿈이라고 나왔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허구의 이야기라는 건 누구나 안다. 그래도 작품을 보는 동안엔 그게 마치 현실인 것처럼 몰입해서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청의 관행이다.
그래서 수백 년 동안 살아온 초능력 외계인과의 로맨스에 수많은 대중이 몰입하고, 칼이 가슴에 박힌 도깨비의 이야기에 열광했던 것이다. ‘재벌집 막내아들’ 송중기가 마피아 변호사가 되어 거악과 대결하는 드라마도 그래서 시청자들이 몰입했다. 그 모든 게 꿈이라고 여겼으면 애초에 몰입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과거의 타인으로 회귀한다는 설정도 그게 말은 안 되지만 어쨌든 드라마 속 설정이니까 시청자는 받아들이고 몰입했다. 16부작 중에서 무려 14회 정도의 분량이 그 회귀 이야기였다. 그렇게 오랜 시간 시청자들이 몰입했는데 갑자기 드라마가 그 모든 게 꿈이란다. 배신이다. 이래서 시청자가 뒤통수 맞았다고 한 것이다. 맞아도 아주 세게 맞았다.
주인공이 회귀한 이후 ‘이게 꿈이면 안 된다’, 이렇게 되뇌면서 드라마를 봤다. 그러면서도 설마 설마했는데 설마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이런 식으로 다 꿈이라고 할 거면 애초에 왜 시청자에게 이 작품을 방영했단 말인가? 최소한 사전 고지라도 했어야 한다. 이제부터 꿈이라고 말이다.
꿈이기 때문에 작품 내용의 개연성을 따지는 것도 모두 무의미해졌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윤현우의 꿈인데 남의 꿈 속 이야기에 개연성을 따져서 무엇 한단 말인가? 그런 걸 따져가면서 이리저리 작품을 톺아본 열혈 시청자들만 바보가 됐다.
꿈이라고 해도 말이 안 되는 부분도 있다. 진도준의 죽음과 관련된 윤현우의 죄책감, 페이퍼컴퍼니 비자금 때문에 죽은 한, 오너 일가의 행태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이 윤현우의 꿈을 형성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진양철 회장이 그토록 중요하게 윤현우 꿈에 등장했는지가 말이 안 된다. 심지어 윤현우 부모 형제보다 진양철의 비중이 더 컸다. 윤현우에겐 가족사도 한으로 맺혔을 텐데 말이다. 그런 가족조차 밀려난 마당에 왜 진양철의 자동차에 대한 열정, 자동차 산업이 장차 전자산업이 될 거라는 비전, 라이벌 그룹과의 경쟁의식, 장차 1인 가구가 많아질 거라고 짚어내는 등 진양철의 사업적 혜안, 이런 것들이 왜 억울하게 죽어간 윤현우의 꿈 속에 비중 있게 등장한단 말인가? 알고 보니 목숨 건 진양철 마니아였나?
하여튼 말이 되건 안 되건, 남의 꿈에 몰입한 시청자들만 허탈하다. 그래놓고 재벌집 막내아들의 순양정복기라는 제목으로 내보낸다니, 뒤통수의 기억 되새김인가?
이건 반칙이다. 드라마 속 설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본다는 규칙을 깬 것이다. 이럴 거면 앞에 언급한 것처럼 미리 고지를 해야 한다. 아예 법제화를 하는 게 좋겠다. 이런 뒤통수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여야가 뜻을 모아 ‘재벌집 막내아들’ 방지법을 만들자.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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