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유통 성장에 마트 가격 주도권도 ‘주춤’

임유정 2022. 12. 29.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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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식품기업 4개사 발주중단
식품기업 “채널별 납품단가 달라” 반발
과거 대비 판매 채널 많아지고 환경도 변해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RMR 상품이 진열돼 있다.ⓒ뉴시스

온라인 유통이 성장하면서 대형마트와 식품업계 입장차가 크게 갈리고 있다.


과거 대형마트가 가장 큰 판매처이자 홍보 수단이었기 때문에 납품업체들이 가격 책정 등을 주도적으로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갈수록 유통 채널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식품 기업들도 원재료값 부담으로 더 이상 ‘밑지는 장사’를 이어나갈 수 없어지면서 마트의 요구를 고스란히 받아들이기 어려워 졌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마트는 CJ제일제당, 대상, 풀무원 등 식품업체들을 대상으로 냉동제품 및 밀키트에 대한 발주를 중단했다. 납품단가를 두고 이견이 벌어진 것이 원인이다. 각 기업별로 발주가 중단된 상품만 수십개에서 수백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롯데마트와 롯데슈퍼가 통합하는 과정에서 각각 식품업체로부터 받던 납품 가격이 다른 사실을 알게 된 데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마트는 식품업체에 둘 중 더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할 것을 요구했는데 식품업체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롯데마트는 통합 소싱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소비자에게 더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보다 저렴한 가격에 납품 받을 경우 그만큼 할인을 해 오프라인 유인책을 펼칠수 있고, 이는 곧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서로 입장 차이에 따른 일시적 거래 중단”이라며 “1년에 한 번 12월 말에 대형 유통사와 제조사간 납품단가 계약을 하는 시기인데, 지금은 마트와 슈퍼의 상품 코드 통합 과정에서의 가격 차이에 대한 협의가 길어지는 것으로 원만히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서는 롯데마트의 발주 중단을 이례적인 일로 바라보고 있다. 통상 마트와 슈퍼 등 채널별로 제품 공급가를 달리 정하고 개별 정책에 따라 판매하는 것이 그동안의 관례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적자를 이어온 롯데마트로서는 수익성 개선이 우선일 것이다”며 “마트가 슈퍼 보다 소싱 규모가 큰데도 불구하고 더 비싼 가격에 제품을 들여오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비비고 고기만두 김치만두 제품 이미지 ⓒCJ제일제당

식품기업들은 갈수록 마진이 줄면서 납품가를 못 깎아주겠다는 입장이다. 원자재 가격과 연료비 상승 등으로 부담이 커진 만큼 가격 인하 요구를 마냥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식품기업들은 지난 2월부터 고추장, 만두, 김치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해왔다.


따라서 납품업체들은 이번 협상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행여 롯데마트가 기업들로부터 ‘항복 문서’를 받아낼 경우 다른 마트들도 가격 인하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하나의 제품을 납품하더라도 채널에 따라 수요와 물량 등 여러 상황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납품가가 측정되는게 일반적이다”며 “객단가가 덜 나가도 많이 팔리면 더 싸게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채널의 가격을 다 맞추긴 어렵다”고 말했다.


더욱이 현재 유통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예전엔 마트가 가격결정에 있어 절대 갑이었지만 최근 온라인 채널이 다양해져 과거와 비교해 힘이 많이 분산됐다.


과거 식품기업에서 신제품이 나오면 마케팅 1순위는 대형마트였다. 각종 할인과 시식행사로 고객에게 직접적으로 제품을 노출시키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고객이 몰리는 대형마트 없이 입소문을 내기 어려웠다. 그 중에서도 노출이 쉬운 진열대 양 끝쪽인 골든 존이 인기가 좋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형마트를 무조건 고집하지 않는 분위기다.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을 비롯해 이커머스 업체들의 영향력이 날로 증가하고 있어서다.


또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선식품의 경우 여전히 눈으로 보고 사려는 수요가 많지만 일정한 맛이 보장되는 가공식품의 경우 반드시 오프라인 채널만 고집하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다”며 “온라인 매출 자료를 봐도 명확하다”고 말했다.


다만, 오프라인 시장이 아직까지 무시할 수 없는 우위를 점하고 있는건 사실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이커머스 업체들이 성장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온라인이 오프라인 채널의 모든걸 커버하긴 수요가 어렵다”며 “특히 온라인 오픈마켓은 각각의 판매자들이 소싱을 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규모가 작아 식품 제조사 입장에서는 규모가 큰 대형마트를 포기할수 없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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