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3막 기업]노년층의 'A~Z' 한국시니어연구소

유인호 2022. 12. 2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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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열 한국시니어연구소 대표. 사무실에 세워 놓은 본인의 '등신대' 옆에서 포즈를 취했다. /허영한 기자 younghan@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IT 스타트업 기업들이 입주한 서울 강남역 한 공유오피스 빌딩. 이곳에 20·30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50여명이 모여 장년·노년층의 ‘A~Z’ 까지 연구하기 위해 열정을 쏟고 있다. 장년·노년층의 취업은 물론 요양 서비스 등 실버산업의 토탈 솔루션들이 이들의 머리속에서 나온다. 바로 한국시니어연구소이다.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이름만 들으면 어떤 회사인지 예상하기 어렵다. 2019년 시작한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실버세대가 필요로 하는 휴먼터치와 관련 IT기술 조합을 통해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기업이다. 이진열 대표(33)는 한국시니어연구소의 정체성에 대해 “노인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어르신들이 집에서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방문요양서비스를 제공하고 요양보호사 구인구직 등 이와 관련된 일을 하는 실버테크 기업이다”고 말했다. IT를 기반으로 한 실버산업을 뜻하는 것이다.

한국시니어연구소의 핵심 사업은 ‘스마일시니어’라는 브랜드의 방문요양서비스 제공이다. 스마일시니어는 2만여명의 요양보호사가 등록돼 있고, 전국에 60여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방문요양센터의 행정업무를 자동화하는 IT솔루션인 ‘하이케어’도 한국시니어연구소만의 차별점이다. 하이케어는 장기요양 보험제도에서 필요한 행정업무를 점주에게 알려주고, 수기작성 형태로 불편했던 부분 등을 디지털화를 통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행정 자동화 시스템이다.

이 대표는 "실버산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창업 전 방문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가맹점 운영부터 시작했다"며 "직접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도 해보고 점주가 해야 하는 행정업무 등 직접 현장을 경험하면서 방문요양 시장의 많은 불편함을 피부로 느끼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하면서 ‘하이케어’ 솔루션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시니어연구소는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요양보호사 구인구직을 돕는 ‘요보사랑’도 운영하고 있다. 어르신들마다 돌봄이 필요한 부분이 다르고 요양보호사도 자신이 돌봄을 할 수 있는 범위가 모두 다르다. 요양보호사들은 요보사랑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돌봄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이 대표는 “인생3막을 준비하는 40대 후반부터 70대 초반까지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 장년·노년층들에게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을 통해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며“이들이 미래의 잠재고객인 만큼 지속성이 긴 실버산업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실버산업에 뛰어들게 된 것도 초고령화 시대로 관련 시장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인 요양시설도 민간인데, 그 비용의 85% 이상이 국가에서 지원된다. 이 제도에 따라 제공되는 요양서비스 규모가 2021년 기준 11조원을 넘어섰고, 2008년부터 지금까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해왔다.

이 대표가 두번째 창업을 실버산업으로 정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의 첫 창업은 아이돌 팬덤 서비스 관련 사업이었다. 2013년 부터 2018년까지 마이돌이라는 팬덤 서비스를 운영하는 ㈜마이돌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하지만 당시 국내 관련 산업이 중국과 동남아시아라는 제한된 시장이었던 데다 시장 성장성도 낮다고 판단했다. 이에 2018년 말 서비스를 매각하고 2019년 7월에 한국시니어연구소를 재창업했다.

이 대표는 “마이돌 매각 이후 인류가 모두 공평하게, 공통적으로 겪는 ‘고령화’라는 주제에 집중했다”며“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산업이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쳐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실버산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급속한 성장으로 한순간 사라지는 회사가 아니라, 100년 가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고 덧붙였다.

이진열 한국시니어연구소 대표 /허영한 기자 younghan@

다음은 일문일답.

-창업멤버들이 30대 초반으로 젊은 것 같은데, 실버업종 창업 계기는.

▲첫 창업은 아니다. 2013년부터 약 7년간 팬들이 사용하는 모바일 서비스인 마이돌을 창업하고 서비스 매각을 했다. 이후 우연히 인구구조의 변화라는 큰 시장 변화에서 기회를 찾았다. 고령화라는 키워드 안에서 다양한 사업을 검토하던 중 ‘재가요양’이라는 키워드를 발견하게 됐다.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어떤 기업인가.

▲‘재가요양기관’들을 위한 다양한 온·오프라인 인프라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다. 방문요양서비스, 주간보호서비스, 복지용구렌탈·구매 서비스를 제공한다. 재가요양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건강보험의 형제자매 같은 제도인 장기요양보험을 통해 비용의 85% 이상이 지원된다. 이 재가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기관의 창업, 운영, 공단 평가 준비, 폐업, 서비스의확장의 모든 단계에서 교육 프로그램과 IT솔루션, 오프라인인프라 등을 제공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한국시니어연구소만이 가진 경쟁력은.

▲창업가들이 직접 어르신들을 돌본 경험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방문요양센터를 운영해봤기 때문에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과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을 잘 알고 있다. 센터를 운영하는 입장에서의 어려움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고충 모두 알고 있다. 실제로 서비스를 제공받는 사람은 어르신들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고도화된 기술과 편리한 플랫폼이 아닌 안정적인 돌봄이다. 편리해진 시스템은 보호자와 점주들에게 필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요양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일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의 편리함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디지털화 양쪽에 모두 집중하며 균형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특징은 무엇인가.

▲‘스마일시니어’라는 브랜드로 재가요양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100% 자회사인 스마일시니어 요양센터라는 회사를 통해 서울, 경기, 대구 지역에 방문요양서비스, 데이케어센터, 복지용구 렌탈 서비스를 지원한다. 통상 한명에게 재가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면 한 달에 100만~150만원 정도의 서비스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다. 아울러 직영 재가요양센터를 운영하면서 얻게 된 브랜드의 가치, 노하우, 매뉴얼, IT 솔루션 등을 B2B제품화해서 개인사업자들에게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 요양보호사의 부족 문제가 정말 심각한데, 직접 직영 센터를 운영하면서 얻었던 노하우를 기반으로 센터와 요양보호사를 연결하는 ‘요보사랑’이라는 구인 구직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버산업에 있어 디지털과 아날로그 결합인 '디지로그'를 강조하는데, 그 지향점은 무엇인가.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전통산업을 기술을 통해 디지털전환(Digitalization)하는 회사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아이러니하게도 ‘아날로그를 더 잘 하기 위한’ ‘디지털 기술’을 강조한다. 이를 ‘디지로그’라고 표현한다. 바로 재가요양서비스의 고객 경험은 결국 ‘휴먼터치’에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AI, 로봇 등 첨단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기본적인 어르신 케어는 사람이 할 수 밖에 없다. 기술은 그 사람을 보조할 뿐이다.

-한국시니어연구소의 미래 비전과 목표가 있다면.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치킨게임을 하며 출혈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의 성장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의 상하수도 같은 것들을 계속 깔아가는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서비스부터 제품까지 앱 안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모든 재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 재가시장에서 원하는 모든 밸류체인을 확보한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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