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포커스]"내년 금값 오른다"…한은, 10년만에 매입 나설까

문제원 2022. 12. 2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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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강세 꺾이자 안전자산 '금' 상승세
주요국 금 보유 늘리는데 한은 10년째 중단
불확실성 큰 만큼 보유량 늘릴 가능성 낮아

내년 달러가 하락세로 꺾이고 세계 경기둔화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 상승세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국제 금값은 지난 10월 트로이온스당 1600달러대에서 최근 1800달러 이상으로 오르며 강세를 보이는 중이다. 이에 2013년 2월 이후 금 매입을 중단한 한국은행이 안정성·수익성 제고 차원에서 10년 만에 다시 금 매입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한은, 10년째 금 매입 중단

29일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한은의 금 보유량은 올해 3분기 기준 104.4t으로 약 10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다. 미국(8133.4t)과 러시아(2298.5t), 일본(845.9t), 태국(244.1t) 등에 이어 세계 36위 수준이다. 외환보유액은 최근 10년 새 3270억달러에서 4161억달러(세계 9위)로 늘었는데 금 보유량은 늘지 않으면서 금이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2%로 쪼그라들었다.

그러는 사이 국제 금값은 고공행진 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본격화된 지난 3월8일 트로이온스당 2046.3달러로 올랐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가파른 금리인상에 따른 '킹달러' 영향으로 10월 1600달러대로 떨어졌으나 최근 다시 1800달러를 넘으며 상승세다. 세계 최대 금 선물시장인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가격은 지난달 이후 누적 10.5% 이상 치솟았다.

킹달러 꺾이자 치솟는 금값

내년에도 금값은 오름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통상 금값은 달러가치와 반대로 가는데, 내년에는 Fed의 금리인상 중단으로 달러강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세계 경기침체가 빨라지면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금은 채무불이행 위험이 없는 자산이어서 주가가 내려가고 지정학적 위기감이 클 때 더 오른다.

한은 외자운용원은 내년 금값 동향에 대해 "올해 금값은 달러 흐름에 따라 큰 폭 하락했다가 후반부에 반등했다"며 "Fed의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감이 더 확산할 경우 추가적인 달러화 약세요인으로 작용하고, 이는 금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소 황당하지만, 비트코인 급등을 예견한 바 있는 덴마크 투자은행(IB) 삭소방크는 최근 내년 금값이 60% 이상 오를 거라 전망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은 금 매입 나설까…가능성↓

한은이 10년 만에 다시 금 매입에 나설지 주목된다. 외환보유액 운용목표에 따르면 한은은 외환보유액 운용 시 안전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며, 제약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수익도 획득해야 한다. 이미 다른 나라 중앙은행은 금 보유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 올해 3분기 전세계 중앙은행의 금 매입은 399.3t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들은 물가상승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을 상쇄하고, 내년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금 보유량을 늘린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당장 한은이 금 보유량을 늘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은은 현시점에서 금 보유량을 늘리는 것은 안정성, 유동성, 수익성 차원에서 큰 도움이 안 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내년에도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어서 외환보유액을 보수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며 "수익성 측면에서 금 가격이 오르면 이익이 나긴 하겠지만 금은 채권과 달리 고정 수입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수익성 자산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중수 전 총재 시절인 2011~2013년 5차례에 걸쳐 총 90t의 금을 매입한 뒤 정치권 등에서 '투자 손실' 논란이 컸던 만큼 한은이 굳이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금 보유를 늘려 위험 부담을 감수할 필요가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당시 김 전 총재는 금값 하락으로 손해가 크다는 비판이 확산하자 "10년 후를 내다본 것"이라고 말 한 바 있다. 실제 한은의 평균 금 매입가는 약 1428.5달러인데, 이를 현재 시세(1817.4달러)로 계산하면 한은은 그동안 13억달러 이상의 평가이익을 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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