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4색’…"올해를 평정한 골프 스타"

노우래 2022. 12. 2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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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킬로이 ‘명불허전’, 리디아 고 ‘금상첨화’
박민지 ‘파죽지세’, 김영수 ‘고진감래’
로리 매킬로이는 사상 첫 페덱스컵 3승 챔프에 등극했다.

[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올해 골프계를 주름잡은 스타들이 있다.

미국과 국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선수들이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페덱스컵 3승 챔프에 오르는 역사를 썼고,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제2의 전성기와 함께 ‘품절녀’가 된다. 박민지가 2연 연속 국내 무대를 평정했고, 김영수는 10년이 넘는 무명 신세를 딛고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 2022년을 가장 빛낸 4명의 활약상을 사자성어로 풀어봤다.

◆‘명불허전(名不虛傳)’= 이름값을 제대로 했다. 매킬로이는 지난 8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2021/2022시즌 페덱스컵 플레이오프(PO)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보너스 1800만 달러(약 229억원)를 받았다. 2016년과 2019년에 이어 사상 첫 페덱스컵 3승째다. 매킬로이는 유럽 챔피언도 접수했다. 한 해 동안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해 순위를 매기는 ‘레이스 투 두바이’에서 1위에 올랐다. 2012, 2014, 2015년에 이어 역대 네 번째다. 매킬로이는 2013년 헨리크 스텐손(스웨덴) 이후 역대 두 번째 미국과 유럽을 동시에 석권한 주인공이 됐다.

매킬로이는 지난 10월 2022/2023시즌 더CJ컵에서도 통산 23승째를 챙겼다. 대회 첫 2연패다. 매킬로이는 세계랭킹에서 스코티 셰플러(미국)를 2위로 밀어내고 ‘넘버 1’에 올랐다. 2020년 7월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정상 자리를 되찾았다. 매킬로이는 "세계랭킹 1위 복귀는 여러 의미가 있다"면서 "지난 1년 동안 열심히 훈련했고, 이젠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됐다"고 환호했다. 매킬로이는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이 후원하는 LIV 골프에 맞서 PGA투어를 대변하고 있다.

리디아 고는 제2의 전성기를 만든 올해 '현대가(家) 며느리'가 된다.

◆‘금상첨화(錦上添花)’=좋은 일 위에 또 좋은 일이 더해졌다. ‘현대가(家) 예비 며느리’ 리디아 고(뉴질랜드)의 이야기다. 리디아 고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022시즌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지난달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나흘 동안 리더보드 상단을 지킨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완성했다. 시즌 3승째이자 통산 19승째, 우승 상금은 LPGA투어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인 200만 달러(약 25억원)를 받았다.

리디아 고는 상금왕(436만4403달러)과 올해의 선수, 평균 타수(베어 트로피), CME 그룹 레이스, 다승 1위까지 휩쓸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리디아 고가 한 해에 3승을 한 것은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리디아 고는 2017년 6월 이후 5년 5개월 만에 세계랭킹 1위를 접수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리디아 고는 30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외아들 정준 씨와 결혼한다. 리디아 고는 "다시 1위가 될 수 있을지 몰랐다"며 "사랑하는 사람들의 믿음 덕분"이라고 했다.

박민지는 2년 연속 6승씩을 수확하며 국내 무대를 평정했다.

◆‘파죽지세(破竹之勢)’= 거침없는 질주다. 박민지는 ‘올해도 또민지’를 완성했다. 박민지는 지난해 6승을 쓸어 담으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평정했다. 올해도 22개 대회에서 6승을 수확하며 2년 연속 다승왕과 상금왕에 올랐다. KLPGA투어 통산 16승으로 나란히 20승을 기록한 故 구옥희와 신지애, 고우순(17승)에 이어 역대 다승 순위 4위, 현역 선수 가운데 최다승자가 됐다.

박민지는 지난 5월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타이틀 방어를 시작으로 6월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와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9월 KB금융 스타챔피언십, 10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11월 최종전인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에서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5개 메이저 중 2승을 가져갔다. 11차례 ‘톱 10’에 진입하며 상금 14억7792만원을 쌓았다. 통산 상금도 장하나에 이어 두 번째로 50억원을 돌파했다. 세계랭킹도 14위까지 도약했다. 박민지는 "저의 전성기가 온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비운의 골프신동' 김영수는 무려 11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는 집념을 보여줬다.

◆‘고진감래(苦盡甘來)’= 고생 끝에 즐거움이 왔다. 김영수는 주니어 시절 적수가 없었던 ‘골프천재’였다. 아마추어 대회를 모조리 우승한 뒤 2011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했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잊혀졌다. 부상이 발목이 잡았다. 프로 입성 직후 척추 추간판 탈출증(허리 디스크) 증세로 고생했다.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했고, 양말도 신기 힘들었다.

김영수는 2012년에 군에 입대했다. 신체검사에서 6개월 뒤 재검을 받으라는 판정을 내려졌지만, 6개월을 허송세월하기가 싫어서 자원해서 해군에 입대해 갑판병으로 복무했다. 김영수는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이종욱 코치와 포수 양의지(두산)의 도움으로 고질적인 허리 통증에서 벗어났다. 김영수는 지난 10월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107번째 출전 만에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고, 지난달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연장 승부 끝에 우승했다. 상금왕과 대상, 골프 기자단 선정 기량 발전상까지 3관왕에 올랐다. 김영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텨 이 자리에 왔다"고 눈물을 흘렸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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