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에도 대부분 유임된 증권 CEO, 커진 성과 부담

하나·신한·SK 제외 대표·체제 변화 無
불확실성 증대에 안정에 무게 둔 전략
내년 위기 극복 및 경영 능력 입증 관건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왼쪽)와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하나금융지주·신한금융지주

올해 증권사들의 연말 인사가 마무리돼 가고 있는 가운데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대부분 유임됐다.

올 한해 실적 부진에도 내년 경기 침체 우려 등 불확실성 증대에 대비하기 위해 보다 안정적인 경영 체제를 선택한 것으로 유임된 이들에게는 내년 위기 극복 등 성과로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주어지게 됐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 중 연말 인사를 통해 경영체제가 변화된 곳은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SK증권 정도가 꼽힌다.

하나증권은 기존 이은형 대표에서 강성묵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신임 CEO로 내정하면서 변화를 꾀했다. 지난 3월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이사에 선임된 강 부회장은 그룹 핵심 계열사인 하나증권 대표를 겸직하게 됐다.

현 대표이사가 교체된 것은 하나증권이 유일하고 신한투자증권과 SK증권은 대표 체제 변화가 이뤄졌다. 신한투자증권은 이영창·김상태 각자 대표에서 김상태 단일 대표 체제로 전환했고 SK증권은 전우종 경영지원 부사장을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기존 김신 대표이사의 단일 대표체제에서 각자 대표체체로 변화를 꾀했다.

이들 세 증권사를 제외하면 연말 인사 시즌에서 증권사 CEO들은 유임됐다.

KB금융지주는 지난 15일 계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하고 지난 4년간 회사를 이끌어 온 박정림·김성현 KB증권 각자 대표의 연임을 사실상 확정했다. 주총에서 연임이 확정되면 내년 말까지 대표이사직을 계속 수행하게 된다.

또 지난 2019년부터 한국투자증권 사령탑을 맡고 있는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5연임에 성공했고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도 이달 초 삼성 금융 사장단 정기인사를 통해 연임이 결정됐다.

NH투자증권(정영채 대표)과 메리츠증권(최희문 대표)의 경우, 현 CEO들이 1년 이상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정영채 사장은 지난 3월 임기 2년이 추가돼 오는 2024년 3월까지로 연장됐고 최희문 부회장도 임기가 오는 2025년 3월까지다.

(왼쪽부터)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각사

자본 규모가 가장 큰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각자대표인 최현만 회장과 이만열 사장의 임기가 내년 3월로 만료되지만 앞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계열사 인사에 크게 변화를 주지 않겠다고 언급한 만큼 유임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내년 3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 이석기 교보증권 대표 등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연말 증권가의 인사 경향을 보면 교체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병영 BNK투자증권 대표의 경우, 현재 지주사인 BNK금융그룹이 차기 회장 선출 작업이 진행 중으로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올해 실적 부진에도 CEO들이 대부분 유임되면서 위기 극복을 위한 전략으로 안정적 경영 체제를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경기 침체 우려까지 커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지금은 안정을 기해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유임된 CEO들을 중심으로 내년에 성과로 입증해야 하는 책임감은 더욱 커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보다 내년에 위기의 파고가 더욱 클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면서 안정 속 변화를 꾀하기 위해 기존 경영 체제를 유지한 것”이라며 “내년이 증권사 CEO들의 경영 능력을 극명하게 드러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