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반월과 청주 산업단지 인근 주민 신경계 질환 위험 높다
경기도 시화·반월 공단과 충북 청주 산업단지 인근 주민들이 신경계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청주 산단은 중부지방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산단이고, 시화·반월 공단은 다양한 업종의 업체가 가장 많이 입주하고 있는 산단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최근 '환경 연구(Environmental Research)' 국제 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산단 지역 인근 주민들은 더 높은 대기오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신경계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두 지역 26만 명 대상 분석
연구팀은 2002~2019년 건강보험 데이터와 2008~2019년 대기오염 측정망 자료를 활용, 산업단지 인근 지역(대기오염 노출 지역)과 조금 떨어진 대조지역의 대기오염도와 다양한 신경계 질환 발생률을 비교했다.
연구는 각 지역에 최소 5년 이상 거주한 40세 이상의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연구 코호트에는 총 25만9741명이 포함됐다.
노출지역과 대조지역은 모델링 등 기존 연구를 통해 산업단지의 대기오염 영향을 받는 지역과 받지 않는 지역을 확인해 분류했다.
청주·시흥·안산시에 위치한 사회경제적 요인이 유사한 31개 행정구역(청주 산단 주변 17곳, 시화·반월 산단 주변 14곳) 가운데 16곳(산단별 8곳)을 노출지역으로, 산단에서 멀리 떨어진 15곳(청주 9곳, 시화·반월 6곳)을 대조지역으로 구분했다.
중추신경계 염증 질환 위험 높아
노출지역 대기에서 측정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PM2.5), 이산화질소(NO2), 이산화황(SO2), 휘발성 유기화합물, 다핵방향족탄화수소(PAHs) 등의 연평균 농도가 대조지역이나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주민들 사이에서 '중추신경계(CNS)의 염증성 질환 (질병 분류 코드 G00-09)'의 발생 위험은 산업단지 인근 노출지역이 대조지역보다 36% 높았다.
또, '추체외로(錐體外路, extrapyramidal) 및 운동장애 (분류코드 G20-26)'에 해당하는 질환의 경우 오염 노출지역이 대조지역보다 3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간질 (G40)' 위험은 노출지역이 대조지역보다 8%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오염이 고령층 신경 장애 위험 높여
'추체외로 및 운동장애'에는 파킨슨병이나 이차성 파킨슨증, 근 긴장 이상, 떨림, 무도병 등이 포함된다.
대뇌피질에서 척수와 뇌간으로 가는 원뿔 모양의 신경 다발을 '추체로'라고 하고 이는 우리 몸의 운동 기능을 담당한다.
추체외로는 추체로의 운동 기능을 반사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조절하는 신경섬유 통로를 말한다.
'추체외로 및 운동 장애'에는 파킨슨병이 포함돼 있으나, 이번 연구 결과 파킨슨병(G20~G21) 자체의 발생 위험은 노출지역이 대조지역보다 발생 위험이 높지 않았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산업단지에 가까울수록 고령층에서 신경계 질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산업단지 인근 주민은 더 높은 대기 오염 수준에 만성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여러 신경학적 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추체외로 및 운동 장애와 간질이 대기오염과 관련이 있다는 추가 증거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대기오염 노출과 신경 장애 사이의 연관성은 동물실험 등 종전의 실험을 통해 확인된 바도 있다.
보고서 공개 전 논문부터 발표
질환 발생이 노출-대조지역의 지역 상관성은 확인됐지만, 인과 관계를 확인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편, 환경과학원은 해외 저널에 논문을 발표했지만, 연구 보고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환경과학원 홈페이지에는 해당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개략적인 소개만 올라와 있다.
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이번 연구를 포함해 전체 연구 프로그램(산업단지 주민 건강 3차 연구)은 2018년에 시작돼 올해 말 끝나는데, 연구가 완료되면 보고서도 공개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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