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제3 연이은 '빌라왕' 사건…임차인 피해 속출, 국회 입법은 '묘연'

배수람 2022. 12. 29.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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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본 갭투자' 전세사기 피해 사례 급증
악성 임대인 상위 30명, 7584억 규모 보증사고
전세사기 근절 법안 발의 줄줄이…본회의 통과 0건
빌라 및 오피스텔 1139채를 사들인 뒤 사망해 수백명의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빌라왕'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뒤, 유사한 전세사기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데일리안 원나래 기자

빌라 및 오피스텔 1139채를 사들인 뒤 사망해 수백명의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빌라왕'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뒤, 유사한 전세사기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부랴부랴 전세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는 한편,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 발의가 줄을 잇고 있지만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29일 HUG(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이달 들어 빌라왕 김씨와 비슷한 수법의 전세사기 사건이 또 발생했다. 지난 12일 인천 미추홀구 등지의 빌라와 오피스텔 수십채를 보유한 20대 송씨가 사망하면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잇따르고 있다.


송씨는 김씨처럼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빌라를 사들였다. 피해 임차인 대부분은 전세계약 기간 중 집주인이 송씨로 바뀌었고,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그는 등록임대사업자로 의무 가입해야 할 전세보증금반환 보증보험에도 제대로 가입하지 않았다. 현재 송씨가 보유한 주택이 총 몇 채였는지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HUG의 보증보험에 가입된 주택은 50여채 정도로 조사됐다. 임차인들이 송씨에게 돌려받아야 할 보증금 규모는 100억원으로 추산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HUG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HUG의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로 등록된 악성 임대인 상위 30명이 저지른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 건수는 3630건, 피해 금액은 7584억원 규모에 이른다.


임차인 가운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미가입자도 상당한 만큼 실제 전세사기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 빌라왕 김씨가 보유한 1139채의 빌라 중 보증보험에 가입된 건 614건으로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빌라왕 김모씨 전세사기 피해자모임의 배소현 대표는 "국토교통부에선 TF팀을 발족해 현 상황 해결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전세보증금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한 경우 상속문제에서 벗어나 이행청구를 빨리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피해자 절반은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세사기 피해 사례가 급증하면서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커진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전세사기 피해 사례가 급증하면서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커진다. 앞서 정부가 임차인 보호를 위한 임대차제도 개선방안 및 전세사기 피해 방지 방안을 속속 발표했지만, 강제력이 없는 만큼 입법 조치가 병행돼야 한단 지적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전세사기를 막기 위한 15건 정도의 법안이 발의됐다. 임차인의 전입신고 당일 임대인의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비롯해 악성 임대인 명단을 공개하는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 국세징수법, 공인중개사법 등 다양하다.


임대인의 국세 납부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임차인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 임차인이 확정일자 부여 기관에 정보 제공을 요청할 시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방안 등 조속한 입법이 필요한 내용도 적지 않다. 하지만 현재까지 본회의를 통과한 건 단 한 건도 없다.


국토부는 오는 30일부터 전세사기 전담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고 전담 대응 TF팀을 출범해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피해 임차인을 지원한단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피해 임차인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도 이뤄져야 하지만 전세사기 근절을 위한 법제화도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뒤늦게 정부가 나서서 전세사기 위험지역을 알려주고 전세대출 연장, 임시거처도 마련해준다고 하지만 근본대책이 될 수는 없다"며 "모든 임대차 계약시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저소득층은 정부가 보증보험료를 지원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집주인 사망 시 임차인의 계약해지 의사만 있어도 대위변제가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도 바꿀 필요가 있다"며 "집주인과 세입자 간 전세 계약에서 전세금을 바로 집주인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보증보험회사에서 전세금을 우선 받은 뒤 임대인의 세금 체납액, 과거 전세금 분쟁이력 등을 확인한 뒤 전세금을 지급하는 전세금 에스크로우(Ascrow) 제도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국토부는 내년 1월 10일 오후 2시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 회의장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 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이번 설명회에는 HUG 보증보험 미가입자도 참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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