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공연계 활황… 뮤지컬 매출액 역대 최초 4000억원 돌파
2022년 공연계는 코로나19의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으로 회복세가 뚜렷했다.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좌석 간 띄어앉기가 완전히 폐지되고 백신 패스도 사라지면서 공연장을 찾는 관객이 급증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상승세를 보이던 매출액은 올해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특히 뮤지컬과 클래식이 공연계의 활기를 주도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올해 공연 티켓 판매액은 5426억 원(12월 27일 기준)에 달했다. 이 가운데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4134억 원으로 전체 판매액의 76%에 달한다. 국내 뮤지컬 티켓 판매액이 4000억 원을 넘은 건 올해가 처음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년 1435억 원으로 바닥을 찍은 뒤 2021년 2343억 원으로 증가하더니 올해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뮤지컬 티켓 판매액 증가는 팬데믹으로 억눌렸던 소비자들의 문화 향유 욕구가 뮤지컬로 집중됐기 때문이다. 스테디셀러 대작 뮤지컬 재공연에 쏠렸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신작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과 내한공연도 자리를 차지했다.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의 위세는 올해도 여전했다. 상반기에는 ‘지킬 앤드 하이드’ ‘레베카’ ‘아이다’ ‘데스노트’, 하반기에는 ‘미세스 다웃파이어’ ‘킹키부츠’ ‘엘리자벳’ ‘데스노트’ 등이 흥행을 주도했다. 12월에도 ‘물랑루즈!’ ‘마틸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스위니토드’ 등이 티켓 예매 사이트 상단을 점령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뜸했던 내한공연도 올해 자주 열렸다. ‘라이온킹’ ‘노트르담 드 파리’ ‘블루맨그룹’ ‘푸에르자 부르타’ ‘태양의 서커스-뉴 알레그리아’(10월) 등이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대작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이 시장을 주도한 가운데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창작 뮤지컬도 분발했다. EMK컴퍼니의 대작 스테디셀러 창작 뮤지컬 ‘웃는 남자’ ‘마타하리’ ‘엑스칼리버'는 상반기 뮤지컬 흥행 톱10에 들며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리고 한국 창작 뮤지컬 최초로 영화화된 ‘영화’와 중소 규모의 ‘프리다’ ‘ 쇼맨-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 ‘렛미플라이’ 등도 관객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올해 뮤지컬 티켓 판매액 증가의 원인으로 티켓 가격 인상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뮤지컬계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불렸던 ‘VIP석 티켓가 15만 원’이 올해 확실히 깨졌기 때문이다. VIP석 기준으로 뮤지컬 ‘라이온킹’ 내한공연이 지난해 하반기 무대에 오르면서 18만 원으로 책정한 데 이어 최근 개막한 라이선스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와 ‘물랑루즈’가 최고가를 각각 17만 원과 18만 원으로 결정했다. 또 태양의 서커스 ‘알레그리아’ 내한공연은 3년 전 ‘쿠자’보다 3만 원이 오른 29만 원에 판매되는 등 뮤지컬을 앞세운 공연계의 티켓값 인상 도미노가 이어지고 있다.
뮤지컬계의 티켓값 인상은 배우 개런티와 작품 로열티 그리고 티켓 수수료와 각종 인건비 등 제작비가 전반적으로 상승한 탓이다. 특히 지난 8월 ‘엘리자벳’의 캐스팅 공개 후 일어난 옥주현의 친분 캐스팅 논란은 그동안 스타 마케팅을 앞세운 뮤지컬계의 민낯을 보여줬다. 당시 뮤지컬 배우 김호영의 글로 촉발된 소위 ‘옥장판 사건’은 뮤지컬 1세대 배우들의 입장문으로 일단락됐지만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다.
클래식 분야에서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유일하게 내한했던 지난해와 달리 하반기에 런던 심포니,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몬트리올 심포니 브루크너 오케스트라 린츠 등 해외 오케스트라들이 물밀 듯이 들어왔다. 조성진 임윤찬 김선욱 손열음 등 스타 아티스트들의 공연도 활력을 더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단됐다가 올해 다시 열린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 연주자들의 수상이 이어졌다. 첼리스트 최하영(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시벨리우스 콩쿠르), 플루티스트 김유빈(ARD 콩쿠르), 피아니스트 이혁(롱티보 콩쿠르), 첼리스트 한재민(윤이상 국제콩쿠르), 작곡가 김신(제네바 음악콩쿠르), 테너 손지훈(비오티 국제 콩쿠르), 퍼커셔니스트 공성연(세계 마림바 콩쿠르) 등이 우승을 차지하며 ‘K클래식’의 위력을 뽐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올해 클래식계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6월 미국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한 18세 피아니스트 임윤찬이다. 임윤찬은 클래식계를 넘어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신드롬을 일으키며 ‘피케팅’(피를 튀길 정도로 예매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 현상을 일으켰다. 임윤찬 신드롬은 콩쿠르 공식 유튜브 채널의 조회 수로도 알 수 있다. ‘The Cliburn’에 업로드된 임윤찬의 여러 연주 영상 중, 결선 경연곡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연주 조회수는 현재 923만 회다. 뉴욕 타임즈는 이 연주를 올해 10대 클래식 공연 가운데 하나로 꼽기도 했다.
한편 연극계에는 올해 연기 경력 50년 이상 원로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해였다. 원로 배우들은 연륜과 내공으로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티켓파워까지 갖추며 ‘방탄노년단’으로 불리기까지 했다. 연기 인생 60년을 맞은 신구는 올 초부터 ‘라스트 세션’과 ‘두 교황’,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까지 세 작품에 내리 출연했다. 지난해 세 시간 넘는 연극 ‘리어왕’을 이끄는 저력을 보인 이순재는 올해 연극 ‘아트’ 출연에 이어 연말에 ‘갈매기’ 연출로 나섰다. 데뷔 60년인 박정자도 연극 ‘햄릿’과 ‘러브레터’에 잇따라 출연했다. ‘햄릿’은 권성덕, 전무송, 손숙, 정동환, 김성녀, 유인촌, 윤석화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6년 만에 다시 뭉쳐 화제가 됐다. 이들은 올해 공연에선 젊은 후배들에게 주연 자리를 내주고 조연·단역을 자처했지만 여전한 존재감을 뽐냈다.
엔데믹과 함께 이머시브 연극이 유행하고 있다. 전통적인 연극이 극장에서 관객이 객석에 앉아 무대 위 배우들의 퍼포먼스를 수동적으로 감상하지만 이머시브 연극은 다양한 공간에서 관객이 극 안에 들어와 스스로 행동하고 배우들과 같은 공간에서 움직이며 이야기 일부로 참여하는 형식이다. 영국에서 가장 오래 롱런하던 이머시브 연극 ‘위대한 개츠비’가 2019년 12월 한국 버전으로 선보이면서 국내에서도 이머시브 연극 붐이 폭발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2020년 지구촌을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위대한 개츠비’가 2월 조기중단 되는 등 이머시브 연극은 ‘거리두기’ 적용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올 들어 LG아트센터 서울이 개관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올린 다크필드 3부작 외에 ‘이머시브’ 타이틀을 내건 공연이 잇따라 등장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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