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때린 17년전 이재명? '지자체 부정부패' 논문 재조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는 가운데 그가 17년 전 쓴 논문이 재조명받고 있다.
이 대표는 2005년 12월 가천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논문으로 ‘지방정치 부정부패의 극복방안에 관한 연구’를 제출했다. 이 대표는 논문에서 “지자체의 부정부패는 이해관계인과 정치권력을 지닌 지자체장의 부적절한 거래행위에서 비롯된다. 주로 지자체장이 당선이나 재선을 목표로 선거자금을 조정하거나 지지세력을 확보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정상적이지 않은 특별한 이익 혹은 혜택·편의를 제공하는 행위”라고 적었다.
그간 이 대표 측은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가 직접 돈을 받지도 않았고, 성남FC의 발전을 위해서 후원금을 유치한 것이어서 부정부패가 아니다”고 해명해왔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4~2018년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등 6개 기업에 인허가 등 특혜를 제공하는 대신 성남시가 운영하는 프로축구단 성남FC에 후원금 170억여원을 받은 의혹이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는 당초 이 대표에게 28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지만, 이 대표 측은 검찰 측과 조율을 통해 내년 1월 10~12일 출석할 예정이다.
여권에선 이 대표의 과거 논문을 고리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논문대로 엄정한 형 선고를 받고 영구적으로 공직 취임을 포기하라”고 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스스로 ‘지자체장이 이권을 주고 반대급부로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면 부정부패’라고 규정했다”며 “그 논리라면 이 대표가 제3자 뇌물 혐의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죄 여부뿐 아니라 처벌에 관한 주장도 17년 전 논문에 등장한다. 이 대표는 최근 검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이재명 죽이기에 정권이 나섰다”며 자신이 정치탄압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논문에선 오히려 “부패행위를 저지른 지자체장은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는 논문에서 “지방정치인의 부패행위에 대한 관대한 처벌은 부패행위의 유인이 되기 때문에 예방을 위해서라도 엄정하게 처벌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징역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피선거권을 박탈당하는 정치적 제재 이외에는 제재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중앙정부와 달리 지자체장의 부정부패는 감시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대표 부인 김혜경 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당시 제기된 ‘내부고발자’ 논란과 연결되는 내용도 있었다. 당시 민주당은 의혹을 제기한 경기도청 7급 공무원을 “정치적 이유로 폭로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논문에서 “지자체의 부패행위는 곧바로 적발이 어렵기 때문에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국민의힘 영남권 의원은 “이 대표의 17년 전 논문에 비춰 현재 이 대표 언행을 살펴보면 ‘누워서 침 뱉기’ ”라며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성실하게 수사를 받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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