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IRA로 직격탄…머스크에겐 고양이도 못맡겨"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 시행으로 전기차가 빠르게 대중화하며 오히려 테슬라가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에 대해서는 "대기업 경영은커녕 고양이도 못 맡길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칼럼을 통해 최근 주가가 폭락한 테슬라에 대해 "기술주 전반적인 하락세 중 하나지만, 예외적으로 낙폭이 가파르다"면서 이 같이 분석했다.
먼저 크루그먼 교수는 "머스크의 행동을 봤을 때, 대기업 경영은 고사하고 내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일 조차 머스크를 믿지 못할 것"이라고 테슬라의 오너십리스크를 지적했다. 그는 "내가 알기론 머스크는 테슬라, 스페이스X에서 매우 유능한 리더였다"면서도 특정 분야에서는 천재적이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완전히 바보같은 사람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크루그먼 교수는 "급락 이전까지 테슬라에 부여된 막대한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은 설명하기 어렵다"며 이러한 밸류에이션을 위해선 단순히 몇년이 아닌, 장기간 막대한 이익이 창출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개인용 PC가 등장한 지 40년이 지나도록 수익성이 높은 미국 기업 리스트에서 여전히 톱을 차지하고 있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가 대표적인 예다.
다만 크루그먼 교수는 테슬라가 어떻게 이들과 유사한 것을 달성할 수 있었는 지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애플과 MS는 강력한 '네트워크 외부성'의 이점을 누리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제품을 사용하기에 모두 그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라며 "유통 인프라를 갖춘 아마존 등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전기차 사업에서 강력한 네트워크 외부성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전기차가 개인 이동수단의 미래가 될 수 있다"면서도 테슬라가 전기차 업계를 장기간 장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면서 테슬라의 압도적 입지가 마련될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북미산 전기차에 세액공제 혜택을 지원하는 인플레 감소법이 "테슬라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테슬라가 더는 특별해보이지 않을 정도로 전기차가 보편화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전기차는 네트워크 외부성을 가진 비즈니스가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크루그먼 교수는 "테슬라가 과연 그만큼 가치 있는 회사인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가면, 내 최선의 답변은 투자자들이 훌륭하고 멋진 혁신가에 대한 스토리라인과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혁신가 머스크에 대한 환상이 테슬라의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칼럼 초반 테슬라와 비트코인이 상당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평가한 크루그먼 교수는 "수년 간 노력에도 아무도 돈세탁 외에 가상화폐의 진지한 용도를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가상화폐 가격은 그 가치를 믿는 신봉자들에 의해 급등했고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면서 "여기에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테슬라는 유용한 것(전기차)을 실제 만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테슬라에서 그 비슷한 일이 분명히 일어났다"고 평가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결국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보게 될 것"이라며 "다만 확실하게 나는 내 고양이와 함께 머스크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칼럼을 마무리했다.
한때 시가총액 1조클럽, 톱5에 이름을 올렸던 테슬라는 27일 기준 시총 10위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이날 종가는 109.10달러로 2020년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 주가 낙폭만 무려 69%를 웃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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