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능형 사물인터넷(AIoT)’ 기술로 재난 예방 가능
이태원 참사가 29일 두 달째를 맞는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 세월호 참사에 이어 발생한 대규모 사회 재난이다. 발생 원인을 규명하고 관련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유사한 사고의 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에 더 집중해야 할 것이다. 문제가 터진 뒤에 수습하는 것보다 사전에 사고 발생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재난 피해를 막는 지혜로운 방법이다.
산업재해와 관련해 ‘하인리히 법칙’(1:29:300의 법칙)이 있다. 큰 산업재해가 발생했다면 이전에 같은 원인으로 29차례 작은 재해가 일어났고, 잠재적인 사건이 300차례 있었을 것이란 사실을 밝혀냈다. 대형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이미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징후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를 인지하고 시정하면 재난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발생하는 수많은 작은 사건을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해 미리 알아낼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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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가 센서로 확보한 데이터 분석
스마트폰·CCTV 등 적극적 활용
관련기술 법제·표준화 서둘러야
」
사고는 예측하지 못하는 순간에 갑자기 닥치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여러 번 경고성 징후를 보낸다. 큰 재난의 전조 현상인 작은 사고의 연속성을 사전에 분석함으로써 큰 재난을 예방할 수 있는데, 이는 현존하는 기술을 잘 활용하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많은 인파가 모이는 행사라면 다음과 같은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이동통신 3사의 기지국 기반 위치 신호 데이터로부터 유동 인구를 알아낼 수 있고, 폐쇄회로(CC)TV를 활용하면 특정 지역의 인구 밀집도를 파악할 수 있다. 그 지역에 설치된 CCTV로부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모이는지 파악할 수 있고, 이를 이용하면 어느 정도 이상의 밀집도가 되면 위험을 알리는 방송이 자동으로 나오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지하철역에서 현재 상황을 방송으로 알리고, 열차가 정차하지 않고 그대로 통과하게 할 수도 있다. 개인 휴대전화에 문자로 상황을 보낼 수도 있다. 그렇게 하면 더는 많은 사람이 행사장소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 동시에 경찰·소방 인력을 현장에 신속히 배치할 수도 있다.
재난 안전을 위한 기술로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합친 개념의 ‘지능형 사물인터넷’(AIoT)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큰 재난의 전조 현상인 작은 사고의 연속성을 사전에 분석함으로써 큰 재난을 예방할 수 있다. 이는 센서를 통해 확보한 빅데이터를 AI로 분석하면 파악할 수 있다. 화재와 수해, 폭발 사고, 가스 누출, 환경오염 사고, 산사태 등의 재난이 발생하면 AIoT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화재 예방 사례를 보자. 서울소방재난본부는 2017년부터 소방시설에 IoT를 도입해 소방공무원이 현장 점검을 하지 않더라도 상시로 소방시설 유지·관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시범사업으로 진행했다. 필자는 당시 다른 전문가들과 함께 기술적인 측면에서 활용성을 검토한 경험이 있다. 이제는 실제 적용 단계에 와 있다.
IoT 화재 예방 시스템을 포함한 ‘소방 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 12조)도 마련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소방 관리 시스템 표준 개발도 추진해 제조사가 다르더라도 호환성을 고려해 소방 설비의 운영과 관리에 어려움이 없도록 했다. 사업화까지 준비가 된 셈이다.
도심 지반 침하, 즉 싱크홀 예방에도 활용할 수 있다. CCTV 영상을 분석해 하수관로 결함을 자동으로 식별해낸다. 소규모 건축 공사장 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 공사 현장의 CCTV 영상을 AI가 실시간 분석해 위험 상황을 감지해 안전 관리자 및 작업자에게 즉시 알려 줄 수 있다.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국가 재난·재해 방지 위원회’와 같은 민·관 합동기구 설립이 필요하다. 이런 기구를 구성해 정책 수립 및 기술 개발, 표준화, 법제화, 기업의 제품 사업화까지 종합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정보통신기술(ICT) 선진국이다. AI와 IoT 등 첨단과학기술의 강점을 이제는 재난 예방과 대응에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과학기술을 십분 활용해 개인과 국가 차원에서 재난을 예방하는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용석 반도체공학회부회장·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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