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형의 슬기로운 조직생활] 진짜 대면근무는 무엇?

2022. 12. 29. 00:4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은형 국민대 교수·국민인재개발원장

의미 있는 학기가 마무리되었다. 처음 시도해보는 강의 방식이었지만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열심히’는 했겠지만 큰 변화 없는 학기를 보냈을 것이다.

2020년 1학기, 갑작스럽게 원격강의가 시작되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원격강의를 처음 시작하던 당시를 잊을 수 없다.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혼자 떠드는 것 같은 난감함, 소통이 꽉 막혀버린 불안감, 그리고 무엇보다 대면 시험을 보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막막함 등 모든 것이 도전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학기를 지나면서 원격강의의 장점을 한껏 발휘하여 제법 효과적인 강의를 할 수 있었다. 2022년 2학기에 다시 대면강의를 하게 되면서 오히려 난감함과 불안감이 생겼다. 투명 플라스틱 가림막이 설치된 강의실에 마스크를 낀 채 앉아 있을 학생들을 생각하니 과연 제대로 소통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 지난 학기 대면·원격수업 병행
동영상 예습과 교실 토론 연계
‘하던 대로 열심히’ 이제 안 통해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다시 시작하는 대면강의를 준비하면서 몇가지 원칙을 정했다. 첫째, 팬데믹 이전의 강의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강의실에 와서 일방적인 강의를 듣는 방식은 의미도 재미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경험할 수 있는 강의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 대면의 경험은 ‘찐’이 아니면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되었다. 셋째, 원격강의와 대면강의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이미 우리는 원격강의의 장점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학습효과를 올리기 위해 두 방식의 장점을 살리고 싶었다.

먼저 학생들이 해당 과목의 내용을 배울 수 있는 품질 높은 동영상 강의가 필요했다. 동영상 강의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학습 후 바로 퀴즈를 보도록 했다. 즉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동영상 강의로 학습하고 퀴즈를 푼다. 그리고 학습내용과 연관해 미리 제시한 토론 질문에 대해 답을 정리한 후에 강의실에 오게 된다.

학기를 시작하는 첫 시간에 왜 이런 강의방식을 선택했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학교에 오기 전에 충실하게 학습하고, 토론 준비를 반드시 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의실에서는 ‘대면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는 점도 반복해서 설명했다. 학생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질의응답 및 토론을 하기로 한 첫 시간은 감동이었다. 학생들의 질문은 의미 있었고, 토론내용도 입체적이었다. 매시간 수업참여 점수를 매기고 수시로 학생들에게 피드백했고, 학기 말 평가에도 반영했다. 학기를 마무리하면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 모든 학생이 고루 참여하게 하지 못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다소 긴장감이 떨어지기도 했다. 다음 학기에 이 부분을 보완할 아이디어를 열심히 생각 중이다.

최근 많은 조직에서 원격근무와 대면근무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가 실험기간이라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체제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IT대기업은 주3일 출근 또는 원격근무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조 및 서비스업 조직은 완전한 대면근무를 시행 중이다.

리더들은 현재의 대면근무가 이대로 괜찮은지 검토해야 한다. 대면근무일 때 더 효과적인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는지, 대면이어야만 가능한 업무를 수행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원격근무와 병행할 때 더 효과적인 업무를 대면근무로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검토해야 한다. 구성원들과 더 나은 근무방식을 위해 충분하게 의사소통하는지, 혹시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서 ‘하던 대로 열심히’ 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번 학기의 실험을 통해 배운 점은 조직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대면과 비대면 사이에서 최적의 근무형태를 찾는 과정, 그리고 결정단계에서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합의를 도출했기를 기대한다. 주3일이든, 완전 대면근무든 대면근무는 대면일 때 더욱 효과적인 업무, 진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등을 통해 구성원에 효능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모두 팬데믹을 통해 대면과 비대면의 효능을 다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이은형 국민대 교수·국민인재개발원장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