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먼저 본 사람이 임자’였던 시민단체 보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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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취지 무관한 친북 활동 사용 사례까지
엄격한 보조금 지급·사용 원칙 재정립해야
시민단체를 포함한 비영리 민간단체의 회계 투명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대통령실이 어제 발표한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현황과 향후 계획’에 따르면 지난 7년(2016∼2022년)간 총 31조4000억원이 지원됐다. 올 한 해만 5조4500억원 규모다. 지원 단체 수는 2016년 2만2881개에서 지난해 2만7215개가 됐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지원한 민간 보조금 사업과 시·도 교육청, 공공기관이 민간단체에 지원한 금액은 별도다. 사회가 다변화하고 정부나 언론이 미처 못 챙기는 영역이 생기면서 이를 보완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보조금을 눈먼 돈처럼 여겨 오용한 사례들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2020년 더불어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미향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기부금 유용과 회계 부정 의혹으로 이런 문제가 이슈화됐지만 진보 정권에선 전반적인 조사나 개선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청소년 상담 지원 사업에 상담 참여 인력을 부풀려 인건비를 과다하게 받아 챙기고 허위로 용역비를 지급하는 등 보조금은 여전히 ‘먼저 본 사람이 임자’로 인식돼 왔다.
나아가 단순 자금 비리가 아닌 애초 사업 계획과 무관한 이념적 활동에 활용됐다. 행정안전부와 경기도·안산시가 공동으로 6년간 110억원을 지원한 세월호 피해 지원사업의 경우 북한 국무위원장 신년사 학습, 김일성 항일투쟁 세미나 등에 보조금을 썼다. 단체 대표가 공산주의를 추구하고 반미친러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적으로 표방하는 곳이 ‘가족소통사업’에 참여해 보조금을 받아 챙겼다. 지난해 3월부터 서울시의 지원금을 받아 온 촛불중고생시민연대는 ‘조선노동당 대회 이해 높이기’ ‘윤석열 퇴진 중고생 집회’ 등 정치이념·사상적 활동을 진행했다.
감사원은 지난 8월부터 정부 보조금을 받은 시민단체 1716곳을 대상으로 특별감사를 진행 중이다. 나아가 정부는 민간단체 보조금 지원 현황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적 이익을 위해 국가 보조금을 취하는 행태가 있다면 묵과할 수 없는 행위”라고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은 국민의 세금이다. 감사원 감사와 정부 전수조사를 통해 잘못된 부분과 부정 사용을 엄단해 확실한 보조금 지급 및 사용 원칙을 세워야 한다.
다만 이런 민간단체 보조금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과정이 자칫 또 다른 방식의 ‘기울어진 운동장’ ‘블랙리스트’ 만들기가 돼서는 안 되겠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보수 시민단체에 대한 지원금이 8배 이상 늘고, 문재인 정부 시절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 걸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번 기회에 시민단체들도 정부 돈 안 받고 자발적인 시민의 참여와 기여에 기반한다는 본연의 활동 취지를 되새겨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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