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승 거둔 2021년 신인왕, 성적에 시큰둥한 이유 "표본이 없잖아요"
"3~4시즌 채워야 장·단점 파악"
체력 보강으로 도약 노려
이의리(20·KIA 타이거즈)는 자신에게 엄격한 선수다.
신인왕에 오른 지난해 이맘때 그는 "(2021년) 9월 당한 부상으로 19경기밖에 등판하지 못했다. 완주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2할대(0.204) 피안타율을 기록했지만 "볼넷을 많이 내줘서 (상대한 타자) 타수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이의리는 29경기(154이닝)에 등판해 10승 10패·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데뷔 2년 차 시즌을 보냈다. 2021시즌 5.32개였던 9이닝당 볼넷은 4.32개로 줄었다. 0.221을 기록한 피안타율은 리그 4위였다. 하지만 그는 "부상 없이 풀타임을 소화한 점에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다른 기록에는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유가 있었다. 표본이 단 한 시즌이기 때문이다. 이의리는 "풀타임으로 3~4시즌은 소화한 뒤 세부적인 기록과 내 실력에 대해 자평할 수 있을 것 같다. 표면적으로 나타난 숫자보다 내 장단점을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한데, 한 시즌(2022)만으로는 알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양현종 선배님도 '3년 정도는 풀타임으로 소화해야 10개 구단 선수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 나도 원래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의리는 승수·피안타율 등 좋은 기록보다 부족했던 점을 더 주시했다. 올 시즌 확인한 보완점은 체력이다. 그는 "시즌 100이닝을 넘긴 뒤 등판한 2~3경기는 확실히 힘이 부치는 걸 느꼈다. 구속이 떨어진 건 아니지만, 릴리스 포인트가 내려가는 등 투구 밸런스가 흔들리면서 제구력에도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전반기 9이닝당 3.46개였던 볼넷이 후반기엔 5.77개로 치솟았다. 이의리는 "전반기는 사사구 없이 막은 경기도 3번 있었다. 난타를 당해도 만족했다. 하지만 후반기를 달랐다. 선배들은 '경험이 쌓여야 노하우가 생긴다'고 하더라. 문제를 확인했으니,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의리에게 비활동기간은 없다. 2022시즌이 끝난 뒤에도 꾸준히 보강 훈련을 하며 2023년을 준비하고 있다. 이의리는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한 뒤 맞이하는 내년 시즌이 나에게는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조바심을 내는 건 아니다. 궁리하고 연구하고, 이것저것 시도할 생각"이라며 웃었다.
2022 정규시즌에서 5위에 오른 KIA는 KT 위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2-6으로 패하며 단 한 경기로 포스트시즌(PS)을 마쳤다. 이의리는 팀이 2-3으로 지고 있던 8회 말 등판했지만, 볼넷 3개를 허용하며 만루를 내준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구원 투수 장현식이 싹쓸이 2루타를 맞은 탓에 그가 3실점을 기록했다.
이의리에게 지난 가을은 뼈아픈 기억이다. 반복할 생각은 없다. 그는 "처음으로 등판한 PS 무대였다. 긴장을 많이 했던 게 사실이다. 얼어붙었고, 산만했다"고 자책하면서도 "팀이 내년에도 PS에 진출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 기회가 온다면 실패한 경험을 잊지 않고 마운드에 설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안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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