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도 못 건져, 예금할걸” 보험사 연금저축의 배신

김지훈 2022. 12. 2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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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앞둔 직장인 A씨(58)는 최근 자신이 가입한 한 생명보험사의 연금저축상품 운용내역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28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17개 생명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 직전 1년간 평균 운용 수익률은 1.76%였다.

연금저축의 저조한 수익률 배경에는 보험사의 부실한 운용 전략이 있다.

운용 성과에 관계없이 보험사가 사업비를 선취매한다는 점도 연금저축 수익률을 낮추는 한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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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보험사 소비자는 뒷전]
“30년 넣었는데 수익률 고작 年 1%대” 분통
보험사 연금저축, 예금보다 못해
성과 관계없이 사업비는 선취매


은퇴를 앞둔 직장인 A씨(58)는 최근 자신이 가입한 한 생명보험사의 연금저축상품 운용내역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30년 가까이 납입해 왔음에도 연평균 수익률이 1.99%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A씨는 “이 돈을 매년 정기예금에 넣어놓고 방치하기만 했어도 이것보다는 수익이 좋았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국내 보험회사들이 국민의 노후를 보장한다며 판매 중인 연금저축상품의 수익률이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17개 생명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 직전 1년간 평균 운용 수익률은 1.76%였다. 10개 손해보험사 평균 수익률도 2.22%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예금은행의 평균 저축성 수신금리는 3.38%에 달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올해뿐만이 아니다. 2010년부터 10년간 18개 생보사 연평균 연금저축 수익률은 1.18%로 올해보다 더 낮았다.

연금저축의 저조한 수익률 배경에는 보험사의 부실한 운용 전략이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연금저축의 경우 대부분 보험사는 원금 보장을 주목표로 국채 등 안정적인 채권을 중심으로 돈을 넣는다”며 “높은 신용등급의 채권만 줄곧 사들이면 되니 증권사 펀드 등에 비해 크게 품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운용 성과에 관계없이 보험사가 사업비를 선취매한다는 점도 연금저축 수익률을 낮추는 한 원인이다. 높게는 8%대까지 올라가는 운용 사업비를 떼고 나면 심한 경우 수년을 부어도 원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면 사업비 공제율이 5%라면 고객이 100만원을 납입했을 때 일단 5만원을 보험사가 가져가고 남은 95만원을 운용하는 식이다. 연평균 수익률을 2%로 가정했을 때 초회차 100만원 납입금이 원금을 회복하는 데만 3년이 걸린다. 보험사들은 연금저축 수익률 향상보다는 연금저축을 담보로 이들 고객을 상대로 이자율이 훨씬 높은 대출 장사에 치중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최근 보험사 출연으로 운영되는 보험연구원은 중과세와 페널티를 부과해 퇴직연금을 일시금 대신 연금형태 수령으로 강제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까지 냈다.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해 고객 자산을 담보로 하겠다는 속내라는 지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금상품을 방치하기보다는 통합연금포털 비교공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수익률이 과도하게 낮다고 판단되면 타 사업자 연금보험이나 연금저축펀드 등으로 자금을 이전하는 것을 고려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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