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미키 마우스 캐릭터 저작권 내년 종료…디즈니 포기할까?

1928년 무성 단편영화 '증기선 윌리' 저작권 문제 복잡
디즈니 "저작권 만료 후 변하지 않을 것, 불법 사용 안전장치 마련"

미키 마우스 캐릭터

[아시아경제 김준란 기자] '증기선 윌리'(Steamboat Willie)에 등장하는 미키 마우스 캐릭터의 저작권이 내년 말에 끝나면서 디즈니의 행보가 주목된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디즈니의 상징적인 캐릭터인 미키 마우스가 사상 처음 등장한 1928년 작 8분짜리 무성 단편 영화 '증기선 윌리'의 저작권이 내년 말 미국과 일부 국가에서 종료된다. 이에 따라 저작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간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온 디즈니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라고 NYT는 전했다.

법률회사 그린버그 글러스커의 저작권과 상표권 전문 파트너 애런 모스는 "온라인에서 창작자들로 보이는 네티즌들이 미키 마우스의 저작권이 풀린다는 소식에 흥분하고 있지만, 이것은 사안을 잘못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디즈니가 어느 지점까지 캐릭터의 사용을 허용할지와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 등을 포함해 훨씬 복잡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키 마우스 캐릭터 중 단 하나의 저작권만 내년 말 종료되는 것이며, 관객들에게 친숙한 미키 마우스의 이후 버전들에 대한 저작권은 아직 살아있다. 이들 저작권의 종료 시점은 향후 수십 년간 모두 다르다.

전문가들은 '증기선 윌리'의 저작권 종료의 의미는 흑백 단편영화가 디즈니의 승인 없이 상영될 수 있고 제삼자에 의해 재판매가 가능하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미 디즈니가 수년 전 이를 유튜브에 무료로 게시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재판매 자체도 큰 이익이 없을 수 있다.

무엇보다 디즈니는 '증기선 윌리' 속 미키마우스를 포함한 다른 캐릭터들의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다. 상표권은 소비자에게 저작물의 출처와 품질 등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초기 작품 속 미키의 귀나 미소 등을 보면 자동으로 디즈니와 연결되는 만큼 이는 매우 강력한 보호장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NYT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디즈니는 2007년 '증기선 윌리'에 등장하는 미키를 자사 로고에 포함하는 등 자사와의 연관성을 강화해왔다. 그뿐만 아니라 양말이나 배낭, 머그잔 등 '증기선 윌리' 관련 굿즈도 판매해 왔다.

앞서 디즈니는 성명을 통해 "'증기선 윌리'에서 미키 마우스가 처음 등장한 이후 고객들은 이 캐릭터와 디즈니를 연관 지어 생각한다"며 "이는 '증기선 윌리'의 저작권이 만료돼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객들이 미키의 불법 사용으로 야기되는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키 마우스의 저작권 논란은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됐다. 디즈니 등 콘텐츠 기업들은 저작권 보호를 위한 의회 입법에 성공했으나, 이후 이 법안이 저작권 보호가 시효가 있어야 한다는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법정 공방까지 진행됐다. 미 대법원은 2003년 최종적으로 의회의 입법이 유지되도록 판결한 바 있다.

김준란 기자 loveways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