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혁신파크 호재 ‘은평구’…제2코엑스 조성한다는데 시장은 시큰둥
서울 지하철 3호선과 6호선 환승역인 불광역 2번 출구로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면 왼쪽으로 여러 개의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바로 ‘서울혁신파크’다. 과거 공공기관 부지였던 이곳은 2015년 당시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해 재탄생했다. 서울혁신파크에는 공원이 있는 야외 공간과 함께 총 29개동의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서울혁신파크가 만들어진 후 시민 단체와 사회적 기업 약 230곳이 입주해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하철 3·6호선 불광역 역세권의 금싸라기 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부지 면적만 약 11만㎡에 달하는 서울혁신파크가 확 바뀐다. 서울시는 이곳에 60층 규모 초고층 랜드마크와 대규모 복합 쇼핑몰 등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다른 지역에 비해 서북권은 상대적으로 낙후됐다는 인식이 강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덜 주목받았다. 하지만 ‘서울혁신파크’ 등 초대형 개발 호재와 함께 GTX-A노선 착공, 인근 재개발·재건축 사업도 활발히 진행되면서 시장 이목은 자연스럽게 서울 서북권으로 쏠리고 있다.
다만 최근 전국적으로 집값 하락이 이어지고 있으며 고금리로 인한 대출 이자 부담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서울 서북권 역시 매수 문의만 조금 늘어났을 뿐, 개발 호재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60층 초고층 랜드마크 들어서
서울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가 일자리와 주거, 상업시설이 융복합된 랜드마크로 재탄생한다. 60층 규모의 초고층 랜드마크 건물을 비롯해 대규모 복합 쇼핑몰 등 역세권을 연계한 새로운 지역 중심지로 탄생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2022년 12월 19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서울혁신파크’ 부지 활용 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 하반기에 착공해 2030년 준공할 계획이다.
3·6호선 불광역과 도보 1~2분 거리에 위치한 서울혁신파크 부지는 축구장 15개 크기다. 서울시가 확보한 ‘활용 가능한’ 시유지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원래 국립보건원 부지로 활용되다 2006년 보건원 이전 후 서울시가 무분별한 난개발 억제를 목적으로 매입했다.
이곳에는 앞으로 삼성동 코엑스(46만㎡)보다 더 넓은 총면적 약 50만㎡ 규모의 시설이 조성된다. 부지 중앙에는 대규모 녹지를 품은 중앙광장과 60층 높이의 랜드마크 건물이 들어선다. 가로변에는 여의도 ‘더현대 서울’보다 큰 대규모 복합 문화 쇼핑몰을 구축할 계획이다.
서울시립대 산학캠퍼스도 들어선다. 반도체 등 첨단 산업 인재 육성을 위한 전문 대학원과 대학·기업 간 산학 협력을 위한 연구시설, 창업지원시설 등에 특화한 캠퍼스로 운영한다.
또한 주거·의료·편의시설을 갖춘 다양한 가족 형태를 아우르는 공공형 주거단지 ‘골드빌리지’를 비롯해 총 800가구 규모 새로운 형태의 주거단지를 조성한다.
부지 내 모든 시설과 기능은 통합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상과 지하, 공중을 입체적으로 연결한다. 자동차는 지하에서 이동할 수 있게 지하 교통 체계를 구축하고 지상부에는 녹지 보행 공간을 조성한다. 불광역과 부지를 바로 연결하는 지하 연결 통로를 만들어 접근성을 높이고 공중에는 보행다리, 입체산책로, 하늘공원 등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서울혁신파크 부지에 땅의 용도를 구분하지 않고 주거·업무·상업 등 다양한 기능과 용도를 복합 개발하는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 개념을 적용할 방침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혁신파크 개발이 서북권 균형 발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혁신파크 개발로 인해 일자리 확대는 물론 다양한 소비 활동이 이어지면서 인근 지역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며 “GTX-A노선 개통과 함께 주변 대규모 정비사업이 완료되면 응암역 일대는 서북권 중심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도 활발히 진행 중
다만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
서울 서북권 지역에 좀처럼 보기 힘든 대규모 개발 호재가 등장하면서 인근 부동산 시장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혁신파크가 위치한 은평구에는 소위 ‘은평 3대장’으로 불리는 재개발 구역이 있다. 대조1구역, 불광5구역, 갈현1구역이다. 3곳 모두 사업이 막바지에 이른 모습이다.
관리처분인가 이후 사업 마무리 과정에서 잠깐 지체됐던 대조1구역은 최근 이주 작업을 마치고 착공에 들어갔다. 대조1구역 재개발은 서울시 은평구 대조동 88번지 일대 약 11만2000㎡ 부지에 지하 4층, 지상 25층, 28개동 규모 공동주택 2451가구(임대 368가구) 등을 짓는 사업이다.
2017년 6월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뒤 2019년 5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았고 2021년 7월 이주와 철거를 완료했다. 하지만 조합원 간 의견 차이로 집행부가 해임되고 시공사와 공사비를 두고 갈등하는 등 내홍을 겪으면서 착공이 1년 넘게 미뤄졌다. 하지만 갈등을 봉합하고 착공에 들어가면서 사업은 사실상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이르면 2025년 말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광5구역 재개발 사업 역시 순항하고 있다. 서울시 은평구 불광동 일대 약 11만6000㎡에 지하 3층~지상 24층 규모 공동주택 2334가구와 부대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다.
2010년 조합을 설립했지만 내부 갈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2016년 새 조합부가 선출되면서 속도가 붙었다. 2021년 9월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거쳐 올해 초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지금은 재개발 사업 최대 고비인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불광5구역의 경우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으면 매매가 불가능하다. 현재 나온 매물은 프리미엄이 4억~5억원대에 형성됐다.
서울 서북권 최대 재개발 구역인 갈현1구역은 갈현동 300번지 일대 총면적 약 65만3000㎡ 부지에 32개동 4116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2022년 5월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현재 한창 이주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독바위 역세권 도시정비형 재개발 사업, 불광동 600번지 일대 신속통합기획 후보지(과거 불광8구역) 등 은평구 곳곳에는 소규모 재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재건축은 불광동 미성아파트가 안전진단 문턱을 넘었다. 은평구에서 안전진단 적정성 검토를 통과한 곳은 이 단지가 최초다. 1988년 10월 준공한 미성아파트는 총 10개동 1340가구 규모로 용적률은 227%, 건폐율은 17% 수준이다.
다만 각종 개발 호재가 풍부한 은평구 역시 부동산 시장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은평 3대장 재개발 구역 역시 매수 문의는 꾸준히 있지만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아파트 가격 또한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녹번동 ‘래미안베라힐즈’ 전용 84㎡는 2022년 9월 11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2021년 최고가인 14억4000만원과 비교해 2억5000만원 하락했다. 진관동 ‘은평스카이뷰자이’ 전용 84㎡ 역시 2021년 대비 약 3억5000만원 하락한 9억4000만원에 팔렸다.
불광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인근 신축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서 재개발 물건 역시 호가를 몇 억원 낮춘 급매가 아니면 팔리지 않는 상황”이라며 “지금으로서는 대형 개발 호재보다 고금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0호·신년호 (2022.12.28~2023.01.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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