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재벌 보도채널'이 생기면 벌어질 일

신상호 2022. 12. 28.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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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지분 인수 유력 <한국경제> 보도 살펴보니... '친재벌 반노조' 성향 언론 하나 더?

[신상호 기자]

 YTN 주주인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YTN 지분 매각을 결정하자,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준공영방송인 YTN이 보수언론과 재벌 기업에 넘어갈 경우 ‘언론의 공공성’이 사적 이익에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유성호
 
한전KDN과 한국마사회 등 공기업들이 YTN 지분 매각을 결정하면서 'YTN 사영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건설회사 등 민간 자본에 인수된 언론사들은 대부분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쪽으로 논조가 바뀌어왔고, YTN도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YTN 지분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한국경제>다. 이곳은 현대차 등 대기업들이 주요 주주인 언론사로, 대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논조가 가장 뚜렷한 경제신문 중 하나다. 때문에 YTN이 <한국경제>에 매각될 경우 '24시간 재벌 뉴스 채널'이 될 것이란 우려도 기우만은 아니다. 그동안 <한국경제>가 보여온 논조를 중심으로 'YTN 사영화'의 미래를 짚어본다.

[사례 ①] 범죄 재벌 총수의 사면 여론전

<한국경제>는 횡령·배임 등 여러 불법과 탈법을 저질러 사법처리된 재벌총수에 대해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면해야 한다고 일관된 논조를 보여왔다. 올해 8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면 국면이 대표적이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재용 당시 부회장은 취업제한 규정에 따라 등기임원 등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없었다. <한국경제>는 지난 7월부터 '이재용 사면' 여론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한국경제>는 7월 28일자 "'형기 만료' 이재용, 5년 취업제한에 경영복귀는"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회장 사면에 찬성하는 의견이 77%에 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이 기사에서 해당 매체는 "이 부회장이 법적 제한 없이 삼성을 이끌기 위해서는 사면법상 복권이 필요하다"라며 사면을 건의하는 각계 인사들의 목소리도 상세히 전했다.

전날인 7월 27일자 기사에서도 <한국경제>는 "부회장 직책으로는 경영 활동 한계"라는 재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사면을 독려했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는 뻔한 이유도 덧붙인다. 이 매체는 "정치권 등에서도 경제 위기 극복 측면에서 주요 기업인 사면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경제인 사면이 국내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언급하면서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썼다.

이재용 회장 사면이 결정되자, 이 신문은 8월 12일자 기사(이재용 "열심히 뛰겠다"…위기의 반도체 '구원투수 역할' 기대)를 통해, 향후 경영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한국경제>는 이 기사에서 "이 부회장이 법적인 족쇄를 풀고 '자유의 몸'이 된 만큼 경제계와 정치권 등에서는 경제 위기 극복와 반도체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다양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며 이 회장이 대형 인수·합병(M&A), 글로벌 현장 경영 강화 등에 나설 것을 예측하기도 했다.

[사례 ②] 재벌의 기득권 옹호

<한국경제>는 재벌 세습 구조를 견제하고 재벌 지배구조를 바로잡는 제도 개선을 반대해왔다. 특히 '삼성생명법'이라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 논의를 다룰 때 이런 논조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삼성생명법은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을 시가로 평가하는 법안으로,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전자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대부분 매각해야 한다. 즉 삼성의 지배구조를 크게 흔드는 법이다.

지난 11월 10일자 사설에서 <한국경제>는 "안팎이 지뢰밭인데 삼성전자 지배구조 흔들겠다는 거야(巨野)"를 통해, '삼성 발목을 잡지 말라'며 이 법안을 추진하는 민주당을 강력 비판했다. 이 사설에서 "총성 없는 글로벌 경제안보 전쟁에서 잘 뛸 수 있도록 밀어줘도 모자랄 판에 지배구조 문제에 헛심을 쓰게 하는 건 자해"라며 "초일류 기업 탄생 신화를 써온 기존 경영진에게서 강제로 경영권을 빼앗아 소위 '국민기업'을 만들자는 법, 과연 바람직한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YTN 주주인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YTN 지분 매각을 결정하자,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준공영방송인 YTN이 보수언론과 재벌 기업에 넘어갈 경우 ‘언론의 공공성’이 사적 이익에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유성호
 
<한국경제>는 "삼성전자 주식 23조 팔라는 '삼성해체법'…개미들 날벼락"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삼성생명법을 '삼성해체법'이라고 이름 짓고, 소액 주주들의 막대한 피해를 예상했다. 특히 "주주들은 23조 원의 매물 폭탄을 받아내야 한다"며 "10만전자(삼성전자 주가가 10만 원이 될 것이란 기대감을 반영한 단어)를 향한 오랜 기다림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사례 ③] 반노조

재벌 총수의 불법에는 한없이 관대했던 <한국경제>는 노조 파업만큼은 단호한 입장을 취해왔다. 지난 11월 화물연대 파업 국면에선 이런 논조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경>은 11월 23일자("주유소 기름 바닥내라" 화물연대의 폭주) 기사에서 "투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파업 불참 차량은 물론 일반 시민까지 볼모로 잡겠다는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화물연대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화물연대 파업이 길어지면 물류 대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12월 1일자 기사 "화물연대 파업, 사회적 약자부터 때렸다"에서는 연료 공급을 제때 받지 못하는 농가와 쪽방촌 풍경을 집중 조명했다. 이 기사에 투입된 기자만 무려 4명이다. 이 기사는 영등포쪽방촌과 남구로 인력시장, 전북 군산 축산농가 등을 돌며 "내일부터 냉골방에서 자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농장 운영이 힘든 상황", "소를 굶겨 죽일 수도 있는 상황", "파업이 오래가면 등 터지는 건 서민" 등 파업을 성토하는 목소리를 담아냈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끝낸 뒤에도 <한국경제>는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12월 11일자 사설을 통해 "나라를 끝장낼 것 같던 화물연대가 16일 만에 총파업의 깃발을 내린 것은 정부가 법과 원칙을 앞세워 일관되게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면서 화물연대의 파업을 '정치파업'이라고 했다.

파업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한 '무관용' 원칙도 주문했다. <한국경제>는 "화물연대가 백기를 들었지만, 불법 행위와 함께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책임 소재를 밝히고 4조1000억 원대에 달하는 피해의 민형사상 책임도 끝까지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비교적 중립적인 보도를 해왔던 YTN과는 달리 '반노조'적인 논조가 강하게 드러난다.

이와 관련해 고한석 YTN 언론노조 지부장은 "YTN이 사영화되면, 인수한 사주의 논리에 따라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국 언론 지형이 지금도 노동자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YTN까지 재벌을 대변하면 언론 지형은 더 크게 왜곡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현재 서강대 교수는 "한국경제의 논조를 봤을 때, YTN이 한국경제에 인수되면 '대기업 보도채널'이 되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이고, 이를 적절히 견제할 제도나 기능도 없다"면서 "언론 지형이 재벌과 대기업 친화적으로 기울게 되면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은 서민·노동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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