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첫 의원 체포안 부결…與 “이재명 체포안 예행 연습”
뇌물 및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이날 본회의에선 재적 299인 가운데 총투표수 271표, 찬성 101표, 반대 161표, 기권 9표로 노 의원 체포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21대 국회에서 부결된 건 처음이다. 앞서 정정순·이상직·정찬민 의원 체포안은 모두 통과됐다. 본회의에 앞서 정의당(6석)은 체포안에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169석 거대 야당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졌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노 의원은 표결 직전 “이건 정상적인 수사가 아니라, 사람 잡는 수사”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마디로 검찰이 만든 작품”이라며 “뇌물을 받은 것처럼 언론플레이해서 재판도 받기 전 저를 범법자로 만들었고, 저는 만신창이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혐의 소명도 안 된 체포안을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 이렇게 엮이면 살아남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론 당론을 정하진 않았다고 했지만,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선 “검찰 독재 저지하자, 야당 탄압 중단하라”를 외치며 피켓팅을 진행했다. 최근 민주당 의원 텔레그램 방에는 노 의원의 호소 글에 응원 답글이 달렸고, 절대 체포안에 동의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메시지가 많이 올라왔다고 한다. 한 민주당 의원은 “우리도 검찰에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이날 체포안 투표에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5분 가량 구체적인 수사 상황을 설명했다. 한 장관은 “청탁을 받고 돈을 받는 현장이 고스란히 담긴 녹음 파일이 있다. 돈 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 녹음됐다”며 “부정한 돈을 주고받는 현장이 이렇게까지 생생하게 녹음된 사건은 저도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한 장관은 ▶“또 도와주느냐”는 노 의원 목소리가 담긴 전화통화 녹음파일 ▶청탁받은 내용을 더 구체적으로 알려달라는 노 의원 문자메시지 ▶공공기관에 국회 의정 시스템을 이용해 청탁 내용을 질의하고 회신하는 내역 등 구체적 증거도 나열했다.
노 의원 체포안 부결에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민주당은 방탄 정당”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방탄 정당, 방탄 의원을 자처하더니 이제는 국회마저 비리 의원 보호 수단인 방탄 국회로 전락시켰다”고 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가재는 게 편이라는 옛말이 틀리지 않는다. 민주당은 방탄 정당의 오명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도 있을지 모르는 체포안에 대해 미리 예행연습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은 거로 안다”며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날인)1월 9일이 지나면 국회의 승인 없이도 체포가 가능한데, 그때 민주당이 어떻게 하는지 보면 방탄국회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4선의 노 의원이 뇌물 혐의를 부인하며 기자회견을 처음 가졌을 때만 해도 민주당 의원 중에 회견장에 동행한 이는 없었다. 수수방관하던 민주당이 노 의원 체포동의안 반대로 돌아선 데엔 “이재명 대표를 지키겠다는 의도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특임교수는 “민주당 스스로 자해 정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한전채 발행 한도를 2배에서 6배로 늘리는 내용의 한국전력공사법(한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한전법 개정안은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 차례 부결됐었다. 부결 이후 한전의 자금줄이 막혀 전기요금이 폭등하고 전력산업이 멈춰 설 위기에 처했다는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국회가 20일 만에 다시 열린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한국가스공사 회사채 발행 한도를 기존 4배에서 5배로 확대하는 내용의 '한국가스공사법 개정안'도 의결됐다. 그밖에 윤영석 기획재정위원장, 김태호 외교통일위원장, 한기호 국방위원장, 장제원 행정안전위원장, 박덕흠 정보위원장 등 국민의힘 소속 5개 상임위원장 선출도 완료했다.
다만 안전운임제, 근로시간 연장 등 일몰제 관련법은 여야 간 합의 불발로 이날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손국희·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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