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녹음"에도 노웅래 체포안 부결…檢 "특권계급" 분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에 대해 “국민들이 오늘 결정을 오래도록 기억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체포동의안 부결 직후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게 잘못된 결정이라는 건 국민들도 그렇고, 여러분도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답했다.
한동훈 “돈봉투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 녹음된 파일 있어”
앞서 한 장관은 국회 본회의장에 출석해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한 장관은 “노웅래 의원이 청탁을 받고 돈을 받는 현장이 고스란히 녹음된 녹음파일이 있다”며 “구체적인 청탁을 주고 받은 뒤 돈을 받으면서 ‘저번에 주셨는데 뭘 또 주냐’, ‘저번에 그거 제가 잘 쓰고 있는데’라고 말하는 노웅래 의원의 목소리, 돈봉투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도 그대로 녹음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지난 20여년간 중요한 부정부패 수사 다수를 직접 담당해왔지만, 부정한 돈을 주고 받는 현장이 이렇게 생생하게 녹음돼 있는 사건은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 장관은 노 의원을 두고 “자기 목소리가 나오는 현장 녹음까지 있는데도 수사기관의 조작이라고 거짓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며 “2022년 대한민국에서는 어떤 공직자라도 명확한 증거들이 있음에도 수사기관의 조작이라고 거짓 음모론을 펴면서 부인하는 경우 예외 없이 구속 수사를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통상 법무부 장관이 체포동의안에 대해 이유를 설명하기는 하지만, 한 장관처럼 구체적인 증거 내용을 공개하는 경우는 드물다. 노 의원이 혐의 사실을 일체 부인하며 검찰의 수사를 비난하자,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한 장관이 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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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동의안 부결에 검찰 내부 “개탄스럽다”
검찰은 이날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국회의원의 직위를 이용해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구속 사유가 명백함에도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결과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21대 국회에서 부패범죄 혐의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모두 가결된 사례들과 비교해 보더라도 형평성에 어긋난 결과”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선 유감을 넘어 ‘황당하다’며 분개하고 있다. 한 대검 간부는 “다른 사건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증거가 완벽히 구비된 사건이고, 국회의원들의 최소한의 법적 소양과 양심을 믿었는데 그 부분이 무너진 것이 참 허탈하고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역시 “노 의원이 받은 금품액수는 하급직 공무원이 받았다면 당장 구속수감됐을 액수”라며 “국회의원은 법 앞의 평등을 무시해도 되는 특권계급인가”라고 말했다.
노 의원은 부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한 장관과 검찰을 비난했다. 노 의원은 “유례없는 법무부 장관의 불법 피의사실 공표에도 대단히 유감을 표한다”며 “검찰 조사에서도 나오지 않았고, 당사자는 보지도 듣지도 못한 녹취록의 내용을 담당 검사도 아닌 법무부 장관이 어떻게 그리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인지, 김건희 사건은 전혀 관여 안 한다면서, 야당 정치인에 대해서는 대체 언제부터 개별지휘 하고 있던 것인지, 야당 탄압 공작의 정치검찰 배후에는 도대체 누가 있는 것인지,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주실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법무부는 노 의원의 요청에 대해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전에 표결의 근거자료로서 범죄혐의와 증거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국회법 제93조에 따른 법무부 장관의 당연한 임무”라며 “법무부 장관으로서 구체적 사건을 지휘하지 않고 있지만, 검찰보고사무규칙상의 사건보고는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이고, 특히 국회에 장관이 직접 설명을 해야하는 이 건은 더욱 자세히 보고를 받아야 할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이 혐의와 증거를 설명하지 않으면 무슨 근거로 의원들이 체포동의안 찬반 여부를 판단하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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