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넘어 전 세계에 韓외교 방향성 제시…美·中 사이 고심 흔적

김영선 2022. 12. 2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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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8일 공개한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은 그동안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 인근에 국한됐던 우리의 외교안보 정책 대상을 사실상 전 세계로 확장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인·태 전략의 3대 협력 원칙 중 첫 번째가 '포용'이라며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이 경제안보와 가치를 분리할 수 없다는 인식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어 우리 정부가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는 여전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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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책임 확대해 ‘글로벌 중추국가’ 실현
‘보편적 가치’로 美 동조…中은 ‘포용’ 강조
北비핵화는 ‘비확산·대테러’ 과제 일환으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인도·태평양 전략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8일 공개한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은 그동안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 인근에 국한됐던 우리의 외교안보 정책 대상을 사실상 전 세계로 확장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거의 유일한 국가다. 이제 그 위상에 걸맞게 국제적인 역할과 책임을 확대하고, 정부의 외교 기조인 ‘글로벌 중추국가’를 실현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인·태 전략 최종보고서에서 자유, 법치,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대외 협력의 핵심 요소로 삼았다. ‘가치 외교’를 표방하는 미국과 보폭을 맞춘 것이다. 보고서에는 “규칙과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지역 질서를 능동적으로 촉진하고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기술됐다.

정부는 대중국 견제 의지도 분명히 밝혔다.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언급하는 한편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천명했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및 쿼드(Quad)와의 협력 확대를 적시한 것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대목으로 읽힌다.

그러나 정부는 인·태 전략의 3대 협력 원칙 중 첫 번째가 ‘포용’이라며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중국과 협력을 거부하는 건 현실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얘기”라고 말했다. 미국의 인·태 전략과 달리 한국판 인·태 전략에 한·중·일 3국 협력 필요성이 거론된 것 또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함이 아님을 보여주는 예라고 대통령실은 강조했다.

다만 미국이 경제안보와 가치를 분리할 수 없다는 인식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어 우리 정부가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는 여전한 숙제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보고서에는 ‘개방형 통상국가’로서 ‘경제 블록화’ 흐름을 지양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보고서는 “자유롭고 공정한 경제 질서 구축에 앞장서면서 경제 문제가 과도하게 안보화되지 않도록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명시했다.

인·태 지역을 명명한 전략이지만 정부는 지역적 범위를 미·일 등 북태평양,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인도 등 남아시아, 호주 등 오세아니아, 인도양 연안 아프리카, 유럽·중남미까지 포괄적으로 설정했다. 한국의 주요 안보 사안인 북한 비핵화 문제는 ‘비확산·대테러 협력 강화’ 과제의 일환으로 담겼다. 또 정부는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 국가들과 공급망 안정을 위한 협력을 모색하고, 개방적이고 투명한 통신망 구축을 위한 국제 협력도 지속한다고 밝혔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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