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렐루카" 돈치치 NBA 최초 60점-21R-10AS '트리플 더블'
’60/21/10 is INSANE!! LUKA.(미쳤네!! 루카)’
미국프로농구(NBA) 워싱턴 위저스의 카일 쿠즈마가 28일(한국시간) 소셜미디어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한 경기에서 60점-21리바운드-10어시스트를 올린 댈러스 매버릭스의 루카 돈치치(23·슬로베니아)를 향해 “Insane(미쳤다)”이란 표현을 썼다.
돈치치는 이날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센터에서 열린 2022~23시즌 NBA 정규리그 뉴욕 닉스전에서 대기록을 작성하며 126-121 승리를 이끌었다. 1946년 출범한 NBA 76년 역사상 한 경기에서 60점-20리바운드-10어시스트 트리블 더블을 올린 선수는 돈치치가 최초다.
제임스 하든이 휴스턴 로키츠 시절인 2018년 60점을 넣으며 트리플 더블(10리바운드-11어시스트)을 기록한 적이 있지만, 돈치치는 리바운드가 두 배나 많은 20개다. 대량 득점이 쏟아지던 1960년대 윌트 체임벌린(1968년)과 엘진 베일러(1961년)가 50점-20리바운드-10어시스트 이상을 올린 적이 있지만, 이때도 득점은 50점대였다.
역사적 기록 만큼이나 극적인 승부가 연출됐다. 댈러스는 4쿼터 종료 33.2초 전까지 103-112, 9점 차로 끌려갔다. 공격을 주고받는 농구에서 뒤집기 힘든 점수다. 그런데 돈치치가 앞장서 112-115까지 따라 붙었다. 이어 종료 4.2초 전 자유투 2개를 얻어냈다.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가려면 석 점이 필요했던 상황. 1구를 넣은 돈치치는 일부러 2구를 놓쳤다. 치열한 리바운드 경합이 펼쳐졌고 돈치치가 솟구쳐 올라 공중에서 그대로 슛을 던져 성공했다. 종료 1초를 남기고 115-115 동점이 됐다. 돈치치는 연장에서도 7점을 몰아쳐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키 2m1㎝ 가드 겸 스몰포워드인 돈치치는 주로 돌파에 이은 3점 플레이를 만들어냈고, 2점슛 19개, 3점슛 2개, 자유투 16개를 넣었다. 4연승을 달린 댈러스는 서부 콘퍼런스 6위(19승16패)로 올라섰다.
ESPN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NBA에서 종료 35초를 남기고 최소 9점 이상 앞선 1만3884팀이 모두 승리했다. 그런데 돈치치가 이 기록을 1대13884로 만들었다.
NBA 레전드 레지 밀러는 루카 돈치치 별명에 빗대 “루카 매직”이라고 표현했다. 크리스마스가 3일 지났지만 기적 같은 승리에 “기쁘다 할렐루카 오셨네”란 말까지 나왔다. ‘할렐루카’는 기독교 할렐루야(하나님을 찬양한다는 뜻)와 루카 돈치치를 합한 그의 또 다른 별명이다.
이날 연장까지 47분간 뛴 돈치치는 “너무 힘들다. 회복을 위한 맥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라커룸에서는 돈치치를 향해 축하 물 세례가 쏟아졌다.
NBA 스타 케빈 가넷은 트위터에 “댈러스에 또 다른 동상이 세워질 것. 바로 루카”라고 썼다. 댈러스가 지난 25일 홈구장 앞에 디르크 노비츠키(44) 동상을 세웠는데, 향후 돈치치 동상도 세워질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2010~11시즌 댈러스의 우승을 이끌었던 노비츠키의 후계자인 돈치치는 이날 노비츠키의 댈런스 한 경기 최다득점(53점)을 갈아 치웠다. 자신의 한 경기 최다 득점이기도 하다.
독일 출신 노비츠키처럼 돈치치도 유럽에서 날아왔다. 그는 인구 211만명 소국인 슬로베니아에서 태어났다. 2012년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해 2017~18시즌 유로리그 우승과 MVP를 휩쓸었다. 루카 모드리치가 뛰는 스페인 축구팀이 아닌 농구팀 레알 마드리드다.
돈치치는 2018년 NBA 신인드래프트 3순위로 애틀랜타 호크스에 지명된 직후 댈러스로 보내졌다. 데뷔 첫해 신인상을 거머 쥐었고, 최근 3시즌 연속 올-NBA 퍼스트팀에 이름을 올렸다. 작년 8월에는 5년에 2억700만달러(약 2625억원)를 받는 ‘수퍼맥스 루키 연장 계약’을 맺었다.
신체적 능력이 큰 영향을 미치는 NBA에서는 미국인, 그중 흑인들이 초강세를 보인다. 2020년에 LA 클리퍼스 흑인 센터 몬트레즐 해럴은 백인 돈치치를 비하하는 “b---- a-- white boy”라고 외쳐 논란이 됐다. 돈치치는 이제는 제이슨 테이텀(보스턴 셀틱스), 야니스 아데토쿤보(밀워키 벅스) 등과 MVP를 다투는 선수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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