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이재명 리더십…'탈당론' 직면

오주연 2022. 12. 2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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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출석 앞둔 이재명 대표
박영선 "잘못 있으면 사과해야"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소환 통보에 당당히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내년 민주당은 '이재명 사법 리스크'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게 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검찰이 출석을 요구했던 날짜(28일)는 지방 일정을 이유로 거부했지만, 향후 날짜 조율을 거쳐 소환에 임하겠다는 설명이다. 일단 민주당은 '방탄 정당'이라는 비판에서는 한발 물러서게 됐지만, 이 대표 개인 문제를 당이 부담해선 안 된다는 비토는 계속 나오고 있어 검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이재명 리더십'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내에서는 내년 초부터 본격화될 사법 정국에 대응하고 이에 따른 플랜B를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24년 4월 총선 대비를 위해 이 대표가 용퇴해야 한다는 주장에 이어 이번엔 '탈당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비명계로 꼽히는 이원욱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 나와 이 대표와 관련된 사법 리스크가 지속될 경우 '탈당 요구'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탈당을 요구하게 될 임계점을 100도로 봤을 때 현재는 70~80도 정도라며 검찰이 의혹과 관련해 명확한 물증을 내놓게 되는 시점이 촉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저렇게 못 하는데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도는 국민의힘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때문이라고 판단이 선다면 그런(이 대표 탈당) 요구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과거 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통령도 그랬다"면서 "검찰이 아무런 증거를 들이대지 못한다고 해도, 사법부에서 계속 논쟁이 된다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현재 친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의 무고함을 두둔하곤 있지만, 당장 총선에 부담이 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사법적인 것과는 무관하게 탈당 요구가 쏟아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과거 대통령에게도 탈당을 요구했던 정치판에서 하물며 당대표야 어려울 게 있겠냐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가 용퇴해야 한다는 주장은 중진 의원 사이에서도 나온다. 지난 19일 5선 이상민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지금 당 대표직을 수행하는 게 이 대표를 위해서도, 당을 위해서도 별로 지혜롭지 않다"며 "이 대표가 어떤 것이 가장 지혜로운가 정말 냉철하게 계산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그런(사법 리스크) 문제가 있으면 사실 당 대표를 하면 안 된다"면서 "이것이 총선까지 이어지지 않겠나. 그러면 당으로선 최악의 상황"이라고 했다.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5선 설훈 의원도 이 대표를 향해 "지금이라도 당 대표를 내려놓으라"면서 비대위 체제를 언급한 바 있다.

이 대표의 향후 거취 문제까지 예단하진 못하더라도 일단은 제대로 된 리더십이라도 먼저 보여야 한다는 지적은 계속 나온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의 디지털대전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박영선 전 장관은 이날 이 대표에게 "잘못된 것이 있으면 사과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전 장관은 MBC라디오에 나와 이 대표의 검찰 출석 수용 결정에 "당당히 임해야 한다"면서 "이 대표가 검찰 행태와 관련해서 국민들에게 알릴 건 알리고 사실이 아닌 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혹시 그중에서 잘못된 것이 있으면 사과할 필요가 있다. 검찰 수사가 일종의 정치보복임을 알리고 자신도 사과할 지점이 있다면 솔직하게 국민들 앞에 밝히는 것이 지지를 얻는 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상황에 대해 "방 안의 코끼리"라고 쓴소리했다. 그는 "페이스북의 CEO 셰릴 샌드버그가 한 유명한 이야기인데 모든 사람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대한민국의 정치권이 방 안의 코끼리이고 민주당도 여기서 예외는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현재 지도부가 다 친명계 의원들로 이뤄져 있다 보니 현 상황을 객관화해서 보지 못한다는 맹점이 있다"면서 "전체 민주당 의원 169명 중 친명이라고 할 수 있는 의원이 얼마나 되겠나. 나머지 100여명 이상은 비명 혹은 계파에 속하지 않는 의원들인데 이분들을 어떻게 포섭해 당을 이끌어나갈지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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