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쉬는 날도 온라인 배송…10년만에 규제 족쇄 풀렸다
정부가 출범시킨 ‘대·중소 유통 상생협의회’가 대형마트의 새벽시간·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이 허용될 수 있도록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의 상생협약을 체결하면서 관련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의무휴업일 지정과 관련해선 지정 권한을 가진 시·군·구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 강화를 지속 협의하기로 하는 데 그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중소 유통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식’이 열렸다. 국무조정실·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와 전국상인연합회·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한국체인스토어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협약에는 대형마트 등의 영업제한 시간·의무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이 허용될 수 있도록 공동 노력하고, 의무휴업일 지정 등과 관련해 지자체의 자율성 강화 방안을 지속 협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형마트는 중소 유통의 역량 강화를 위해 디지털화 촉진 등을 위한 인력과 교육을 지원하고, 물류 체계 개선, 판로 확대와 마케팅‧홍보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협약 내용을 현실화하기 위한 정례협의체도 구성하기로 했다.
대형마트 “매출 늘 것” 화색…주가 5~6% 올라
그간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은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2012년부터 영업 제한 규제를 감당해왔다. ‘새벽 시간(자정∼오전 10시) 영업금지’ 제한과 ‘매달 이틀간 의무 휴업’이 골자로, 대형마트와 중소 유통 간 상생을 위한다는 취지였다.
이에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인터넷쇼핑몰은 새벽 시간에 물류창고가 아닌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한 새벽배송은 할 수 없었다. 지자체는 의무휴업일을 주로 일요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대형마트가 쉬면 전통시장보다 쿠팡·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가 반사이익을 얻는다는 반론이 계속됐다. 일요일에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니 불편하다는 소비자 지적도 이어졌다.
이에 정부가 지난 8월부터 의견 청취를 시작해 이날 규제 완화 뜻을 모았다. A대형마트 관계자는 “영업제한 시간이나 의무휴업일에 새벽 배송이 허용되면 매출이 늘고 오프라인 점포를 배송 거점으로 쓸 수 있어 이커머스 업체와 경쟁할 수 있게 된다”며 “소비자 편익도 늘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유통산업발전법 개정도 필요해 실제 규제가 풀리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현실적으로 수익성을 키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대형마트 관계자는 “긍정적인 변화지만 당장 새벽배송이 늘기 어려울 것”이라며 “서울을 제외한 지방에선 수요와 야간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이익 창출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망이 엇갈리지만 대형마트 주가는 들썩이고 있다. 이마트·롯데쇼핑 주가는 최근 규제 완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주일 사이 5~6% 올랐다. 앞서 증권가는 규제 완화 시 대형마트들의 연매출이 1700억~3900억원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지자체 49곳만 의무휴업일을 평일·자율로 전환
일각에선 의무휴업일 지정을 여전히 지자체 자율에 맡겨둔 데 대해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만으로는 부족하고 지자체장의 의지가 있어야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꿀 수 있다”며 “지자체들이 움직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 지자체에 따라 이미 휴일 의무휴업을 없앤 곳도 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현재 의무휴업일을 평일이나 자율 휴무로 전환한 지자체는 전국 229곳 중 49곳이다. 경기·충남·경북·울산·제주의 시·군 등이다. 광역시 차원에선 대구가 처음으로 지난 19일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추진을 선언했다.
그러나 대형마트 직원과 소상공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근무여건이 나빠질 수 있어서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노조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평일 전환에 반발해 지난 19일 대구시청 산격청사를 점거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진정한 상생을 위해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며 “업종별로 마트 인근의 소상공인 매장에 미치는 매출 영향 등을 조사하는 게 선행돼야 하고, 그 근거를 중심으로 상생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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