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편 중 8편이 '아는 재미'…마동석·아바타·톰아저씨 웃었다
올 상반기 코로나19로 몸살을 앓았던 극장가는 '범죄도시2' '탑건:매버릭(이하 탑건2)' 등 속편 영화들의 강세 속에 팬데믹 후 처음으로 한해 총 관객수 1억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거리두기 완화와 맞물린 ‘범죄도시2’의 1200만 관객 흥행에 시장 회복을 너무 빨리 낙관한 탓일까. 한국 대작 4편이 몰린 여름 시장에선 ‘외계+인 1부’(감독 최동훈) ‘비상선언’(감독 한재림) 등 스타 감독의 기대작들이 흥행 참패하며 예상치 못한 보릿고개를 가져오기도 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7일까지 올해 영화관 관객수는 1억1048만명. 2020년 5952만명, 지난해 6053만명보다 두 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팬데믹 전인 2019년(2억2667만명)까지 7년간 2억명대를 유지했던 연간 관객수를 절반 수준 회복했다. 올해는 연간 총 극장 매출도 팬데믹 후 처음 1조원대를 회복했다.
개봉 14일 만인 27일 600만 관객을 돌파한 ‘아바타: 물의 길(이하 아바타2)’, 마블 슈퍼 히어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이하 닥터 스트레인지2)’ 등 할리우드 액션 영화들이 돌비‧아이맥스‧4D‧스크린X 등 특수관 관람 열풍을 일으킨 것도 한 몫 했다. 모처럼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 영화관에서만 맛볼 수 있는 대형 스크린‧사운드 특화 상영관(특수관)을 더 많이 선택하면서 한해 총 극장 매출에서 특수관 매출 비중이 2019년 4.6%에서 올해는 9.7%로 껑충 뛰어올랐다.
'헌트' '올빼미' 빼고 흥행 10위권 8편이 속편
유일하게 속편이 아닌 ‘헌트’(7위) ‘올빼미’(8위)도 실제 역사에 상상을 보탠 ‘팩션’의 익숙한 재미가 관객 동원의 뒷받침이 됐다.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는 1980년대 군부독재 시기 사건들을 대규모 액션과 엮어내며 호평을 받았다. 여름 시장 한국 대작 4편 중 가장 늦게 개봉해 435만 관객을 모으며 손익 분기를 넘겼다.
신인 안태진 감독 데뷔작 ‘올빼미’는 조선시대 소현세자의 죽음에 얽힌 미스테리를 소재로 주맹증(어두울 때만 눈이 보이는 증상) 침술사(류준열)란 독특한 설정의 캐릭터를 내세워 313만 관객을 모았다.
여름은 대작 쏠리고 추석 텅텅…배급전략 실패
여름 시장의 흥행 부진 탓일까. 곧 이은 극장가 대목인 9월 추석 연휴 기간엔 텐트폴 영화들이 몸을 사리면서 대작 영화로는 ‘공조2’가 유일하게 개봉해 698만 관객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중저예산 코미디 영화 ‘육사오(6/45)’가 북한으로 날아간 1등 당첨 로또 복권 때문에 남북한 병사들이 뒤엉킨다는 독특한 설정의 코미디로 입소문이 나며, 198만 관객의 깜짝 흥행을 일으키기도 했다.
올여름 시장은 ‘외계+인’ ‘한산’ ‘비상선언’ ‘헌트’가 1주일 간격으로 줄줄이 개봉하며 배급 전략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팬데믹 전처럼 대작들이 서로 시너지를 내며 관객들을 쌍끌이할 만큼 시장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출혈 경쟁만 심화시킨 결과가 됐기 때문이다.
한국 극장 관람료 GDP 상위 20개국 중위권이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영화 관람료는 GDP 상위 20개국 중 중위권 정도지만, 2019년 대비 지난해까지 관람료 상승률이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14.4%로, 전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치였다. 보고서는 “주말 일반관 관람료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한달 이용요금과 맞먹기때문에 관객 이탈 우려가 커진 상황”이라고 짚었다.
아직 헤어질 때 아닌 '헤어질 결심' 수상 예감
‘헤어질 결심’은 내년 초 미국에서 열릴 골든글로브 비영어 작품상,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예비 후보에도 올랐다.
한국 영화계를 향한 해외의 러브콜도 늘었다. 찰스 리브킨 미국영화협회(MPA) 회장은 지난 10월 방한해 주한 미대사관저에서 MPA 창립 100주년 리셉션을 열고 한국 영화계와 적극 협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 부산 국제영화제에선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비롯한 일본 영화인들이 일본에도 영진위 같은 영상산업전담기관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 영화감독들과 머리를 맞댔다. 지난달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방한 기간 중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를 찾아 촬영 수업 현장을 참관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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