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총대 멘 대가, 내년 헬파티" 1000조 빚 자영업자 비명
서울 구로구에서 20년 이상 음식점을 운영한 박모(65)씨는 당장 내년을 생각하면 잠을 설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빌린 대출의 상환 기간이 내년부터 도래해서다. 코로나19때 나온 자영업자 관련 신용 대출 대부분은 거치 기간을 1~2년으로 뒀다. 박씨는 “처음 빌릴 때만 해도 이자가 2%대로 저렴해 1억원에 약 20만원 정도 이자만 냈는데, 최근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60만원 정도로 늘었다”면서 “내년부터 원리금까지 갚으면 한 달에 100만원 넘게 돈을 갚아야 한다”고 했다.
자영업 1000조 ‘빚더미’…내년 본격 상환
자영업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박씨처럼 대출 부담을 토로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A씨는 “진짜 큰일 난 건 임차료 대출이 내년 1월부터 거치기간이 끝난다는 점. 내년은 ‘헬파티’ 원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B씨는 “코로나19때 (방역 정책 등)에 총대 멘 대가다. 바보처럼 당하고만 있었으니”라고 했다.
이미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역대 최대로 불어났다. 28일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은 총 1014조2000억원으로 처음 1000조원을 돌파했다. 2019년 4분기 말(684조9000억원)과 비교해 약 3년 새 48.1% 급증했다.
정부지원 없이 39조 부실화 위험
그나마 믿을 구석이었던 정부 지원도 조만간 끊길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자영업자·중소기업에 최대 3년의 만기연장과 최대 1년의 상환유예를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내년 9월부터는 본격 빚 갚기에 나서야 한다. 이마저도 2020년 4월 이전에 받은 대출이 대상이라 코로나19 이후 대출은 해당 사항이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영업자의 어려운 사정은 알지만, 금융 원칙을 무너뜨리면서 마냥 상환을 미룰 수는 없다”고 했다.
한국은행은 정부 추가 대책이 없다면 전체 대출 잔액 1014조2000억원 중 내년 말 39조2000억원(3.86%)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부실화는 연체를 시작하거나 세금을 체납한 차주를 뜻한다. 특히 저신용·저소득자인 자영업자의 부실화 비중은 정부 지원책이 없다면 내년 최대 19.1%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자영업자 3명 중 1명 폐업 고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 부채 문제는 빨리 정리하지 않으면 경제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갚을 수 있는 사람과 갚을 수 없는 사람을 구분해서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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