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3400채, 전국의 '빌라왕' 속속 검거…깡통전세 조직화
수백 채에 달하는 소유 빌라에 이른바 ‘깡통 전세’를 놓고 전세보증금을 가로채는 전국 각지의 ‘빌라왕’들이 속속 검거되고 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금수대)는 지난 2018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수도권 일대 빌라 413채를 소유하면서 임차인 118명에게 전세보증금 312억원을 편취한 임대사업자 A씨(31·구속) 등 8명을 검거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2018년경 직접 사업체를 설립하고 직원들을 고용해 중저가형 신축 빌라를 조직적으로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빌라 매매가와 같거나 더 비싼 전세금을 임차인에게 요구했고, 그렇게 받은 전세금을 다른 빌라의 매입 밑천으로 사용하는 ‘무자본 갭 투자’를 실행했다.
같은 날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주택 3400여채로 전세 사기를 벌인 일명 ‘빌라의 신’ 일당에게 피해자들을 연결해준 분양대행업자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전세사기전담팀도 2015~2019년 서울 화곡동 일대 빌라 283채를 이용해 피해자 18명으로부터 31억 6800만원 상당의 전세금을 가로챈 임대사업자 강모(55)씨를 사기 혐의로 지난 27일 구속했다. 강씨 또한 빌라 매입금보다 통상 500만~800만원 높은 전세금을 불러 차익을 보는 전형적인 무자본 갭 투자 수법을 썼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깡통 전세 사기는 점점 조직화되는 추세다. 전문 분양대행업자를 통해 이해관계가 맞는 개인끼리 알음알음 조직을 형성하거나, A씨 사건처럼 아예 회사를 차리는 식이다. 이들은 신축 매물 물색, 임차인 모집, 계약 서류 정리 등 역할을 나눠 맡고, 건축주·분양대행업자 등과 수백~수천 만원 상당의 리베이트(사례금)를 주고받기도 한다. 금수대 관계자는 “회사를 차리고 직원까지 고용하는 건 더 적극적이고 고도화된 전세 사기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서민 피해자가 급증하면서 수사기관들은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7월 전세사기 전담수사본부를 꾸리고 내년 1월까지 6개월간 집중 단속에 나섰다. 현재 전국 경찰이 수사 중인 깡통 주택만 1만 5000건 정도로 파악된다. 검찰도 올 하반기 서부지검과 남부지검 등에 전세사기 전담팀을 차렸다.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최근 5년간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서울보증보험에 접수된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는 9324건으로, 누적 피해액만 1조 8958억원에 달한다. 연간 피해액은 2017년 525억원에서 2020년 6468억원으로 약 1132% 증가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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