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회계에 칼 빼 든 정부…1원까지 다 적는 '젊은노조' 있다

김민욱 2022. 12. 2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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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 젊은 노조의 투명한 회계운용이 관심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지하철 역사 모습. 연합뉴스

‘10월 12일 후드티 구입·제작 28만6384원’ ‘10월 26일 소식지 제작비 2500원’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교통공사) '올(All)바른 노동조합'이 지난달 2일 노조 인터넷 카페에 공개한 ‘10월 조합비 지출내용’ 중 일부다. 올바른노조 조합원은 20~30대 젊은 직원(MZ세대)이 대부분이다.


1원 단위까지 세세하게 적어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교통공사 올바른 노조의 회계처리가 주목받고 있다.
28일 교통공사 올바른노조에 따르면 이들은 조합비 사용처를 ‘1원’ 단위까지 자세히 적는다. 지난 8월 지출내용을 보면, 단순히 ‘식대 12만300원’으로 적지 않고 각각 언제, 어떤 자리에서, 얼마가 지출됐는지 정리했다. 본사 회의 활동비, 노무비, 문자비용, 명함 제작비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했다. 올바른 노조는 조합비 지출내용을 매월 초 엑셀 파일로 공개한다. 늦어질 땐 사유를 밝힌다. 회계감사는 상·하반기 두 차례 실시하고, 감사 결과 역시 인터넷 카페에 올려 조합원이 언제든 볼 수 있다.
또 올바른노조는 대다수 노조가 조합비를 정률 방식으로 걷는 것과 달리 정액(매월 1만원)으로 받는다. 정률 방식은 월급에서 일정 비율을 떼는 것을 말한다. 정액보다는 정률로 받으면 조합비가 얼마나 걷히는지 알기 어렵다는 게 노조측 설명이다.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노조 집행부가) 회계를 투명하게 운용하는 건 당연하다”며 “현재 최대한 적은 조합비를 받고 있다. 때론 적자가 나 이월금으로 충당하기도 하지만 허투루 쓰지 않으면 얼마든지 (노조) 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교통공사 올바른 노조는 2018년 무기계약직의 일반직 전환에 불공정 문제를 제기하며 설립됐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조합 재정 투명성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대 노조 회계에 칼 빼 든 정부


앞서 정부는 노조 '깜깜이 회계'에 칼을 빼 들었다. 내년부터 조합원 1000명 이상 대규모 노조, 산별노조 같은 연합단체는 재정 관련 서류를 조합원이 볼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에 비치하도록 했다. 정부도 이를 활용해 재정 운용 상황을 살핀다. 또 전문 자격을 갖춘 회계감사원을 통해 1년에 두 차례 이상 회계 삼사를 받아야 한다. 회계 감사 결과는 항목별로 정리해 공표해야 한다.

그간 거대 노조 집행부의 조합비 횡령은 잊을 만하면 터졌다. 지난 4월 민주노총 전 간부 A씨(51)가 조합비 3억7000여만원을 빼돌려 유흥비 등으로 탕진했다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는가 하면, 최근 한국노총 간부는 10억원 대의 노조비 횡령 혐의로 기소돼 4년 형을 선고받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조법) 2조·3조 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부터 2박 3일간 국회 앞에서 철야농성을 벌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인 ‘다트’(DART)처럼 노동조합 회계공시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바란다”고 했다.

미국 내 노조는 ‘노사 정보 보고 및 공개법’(1959년 제정)에 따라 연방정부에 회계 운용 상태를 매년 보고하게 돼 있다. 또 미국 노동부는 이를 홈페이지에 게재한다. 영국도 상황이 비슷하다. 반면 일본·독일 노조는 외부 공표 제도가 없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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