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의 門 열었다” 7번째 달 탐사국…다누리, 임무궤도 진입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 다누리가 달을 품었습니다. 다누리의 달 궤도 진입 성공을 발표합니다.”
한국의 첫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가 임무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이 28일 밝혔다. 이로써 한국은 러시아·미국·일본·유럽·중국·인도에 이어 세계 일곱 번째 달탐사 국가가 됐다. 1992년 첫 자체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를 쏘아 올린 지 30년 만에 ‘심(深)우주 탐사’의 첫걸음을 내딛게 된 것이다.
과기정통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이날 다누리가 임무 궤도인 달 상공 100㎞(궤도에 따라 70~130㎞)에 안착한 것을 27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누리는 초속 1.62㎞ 속도로 약 2시간마다 달을 공전하고 있는데, 달을 중심으로 하루 12번씩 돌고 있다는 의미다.
오 차관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지난 8월 5일 지구를 출발한 다누리는 145일간의 항행 끝에 달에 도착했다”며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이 지구를 넘어 달에 닿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누리의 궤도 진입 성공으로 2032년 달 착륙선 발사 계획이 현실적 목표가 됐다”며 “궤적설계·항해관제·심우주통신 기술 등 우주 탐사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의 첫 단추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8월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의 우주군 기지에서 쏘아 올려진 다누리는 넉 달 반 동안 지구와 달 전이 궤적을 따라 총 594만㎞를 비행했다. 지구에서 약 38만㎞ 떨어진 달로 곧장 가지 않고, 태양 쪽 먼 우주로 가서 나비모양 궤적을 그리며 다시 지구 쪽으로 돌아와 달에 접근했다.
지난 17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임무 궤도 진입기동’을 시작했다. 이는 달 임무 궤도에 안착시키기 위해 궤도선의 추력기를 사용해 속도를 줄이며 다누리를 달과 점점 가깝게 만드는 절차다. 지난 26일 오전 11시 6분쯤 마지막 임무 궤도 진입기동을 수행했고, 이튿날 성공을 확인했다.
항우연은 당초 다누리의 임무 궤도 진입기동을 다섯 차례 수행할 계획이었지만 세 번 만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덕분에 달궤도 진입도 계획보다 이틀 앞당겨지게 됐다. 김대관 항우연 달탐사사업단장은 “1차 궤도 진입기동 분석 결과 당초 계획한 총 5회의 기동 중 2~3차 기동과 4~5차 기동을 통합해 최종 3회의 기동으로 임무궤도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계획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주요 진입기동을 모두 마무리한 시점에서 다누리는 총 연료량 260㎏ 중 65%(167㎏)의 연료를 사용했다”며 “남은 연료량 93㎏으로 달 상공 100㎞ 원 궤도에서 1년간의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1월 ‘달중심 지향모드’ 전환…2월부터 본격 달 탐사
다누리는 내년 1월부터 현재 항행 모드인 운영방식을 태양전지판이 항상 태양을 향하고 탑재체는 항상 달 표면을 향하도록 하는 달 중심 지향 모드로 바꾼다. 이후 임무궤도 상에서의 본체와 탑재체 성능 확인과 탑재체가 촬영한 영상의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보정 작업 등이 수행된다. 내년 2월부터 12월까지는 6개의 탑재체를 운영하며 실질적인 과학기술 임무를 수행한다.
김 단장은 “다누리의 6개 탑재체가 678㎏인데, 적은 중량에 6개의 탑재체를 동시에 운영할 수 있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며 “특히 광시야 편광카메라는 달 뒷면의 편광 영상을 처음으로 촬영할 수 있어 세계 과학자들의 관심이 높다. 또 우주인터넷 기술도 다누리가 처음으로 달에서 실제 검증을 하게 되는 것으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누리에 실린 고해상도 카메라는 달 표면을 촬영해 달 착륙선의 착륙 후보지를 찾게 된다. 정부는 2032년 달 착륙선 발사 등을 계획 중인데, 중요한 데이터로 활용될 전망이다. 또 감마선 분광기를 활용해 달 표면의 물·산소 등 자원을 탐색하고, 미 항공우주국(NASA)가 개발한 쉐도우캠을 활용해 달 남극 유인착륙 후보지를 탐색할 예정이다.
신상준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다누리가 아폴로 등 앞선 달탐사선과 달리 새로운 궤도를 개척해 달 임무 궤도에 진입했다”며 “새로운 궤도를 개척한 건 한국 우주과학의 도전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가 향후 달착륙선 등을 계획하는 만큼 우주발사체의 경제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연구가 지속해야 할 것”이라며 “해외의 경우 민간에서 우주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정부가 항공우주청을 통해 우주사업의 큰 그림을 그리고 민간과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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