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구] 스튜디오미르, 자체 IP 확보해 다양한 콘텐츠 제공
게임·웹툰사 협업으로 IP 확대 … 지속가능한 콘텐츠 확보 노력
[아시아경제 이민지 기자] K-콘텐츠 위상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찍이 북미 시장에 진출해 자리 잡은 토종 애니메이션 제작업체 ‘스튜디오미르’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스튜디오미르는 2010년 10월에 출범한 애니메이션 제작업체다. 프리 프로덕션과 메인 프로덕션, 포스트 프로덕션 등 전 영역에서 프로덕션이 가능 종합 애니메이션 제작 기업이다. 최근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에서 ‘외모지상주의’를 공개했는데, 이게 글로벌 종합 순위 8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프리 프로덕션 가능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미르의 강점은 프리 프로덕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프리 프로덕션이란 기획부터 연출까지 모든 제작 과정을 책임지는 제작시스템을 말한다. 기존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촬영만 하는 메인 프로덕션에 집중해왔지만 스튜디오미르는 프리 프로덕션부터 메인 프로덕션, 녹음과 후반 작업을 담당하는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전 제작 과정을 아우르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아 후발 주자에 대한 위협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드라마나 영화는 출연자 연기와 카메라 기술로 편집할 수 있는 범위가 넓지만 애니메이션은 같은 장면을 여러 번 그려 넣어야하기 때문에 수정과 편집이 자유롭지 않다. 한 번의 작업으로 수준 이상의 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프리 프로덕션 역량의 경우 메인 프로덕션에 치중했던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단기간에 끌어올리기는 어렵다.
스튜디오미르 관계자는 “프리 프로덕션에서 중요한 스토리보드, 시나리오, 캐릭터 디자인 부문에서 전문가들을 보유하고 있다”며 “OTT를 비롯한 다양한 채널이 나타나면서 마블스튜디오나 DC코믹스처럼 스토리를 만들어내면서 세계관을 끌어낼 수 있는 프리 프로덕션의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대표 작품으로는 ‘코라의 전설’ ‘분덕스’ ‘도타: 용의피’ ‘볼트론: 전설의 수호자’ ‘위쳐: 늑대의 악몽’ ‘외모지상주의’ 등이 있다. 주로 미국 OTT나 TV프로그램에서 흥행한 작품이다. 메인 프로덕션과 포스트 프로덕션에만 참여한 일반 제작 작품으로는 DC유니버스 ‘할리퀸’을 주인공으로 한 ‘할리퀸’과 배트맨이 나오는 ‘슈퍼선즈’가 있다.
글로벌 OTT로부터 제작 문의가 늘어나면서 매출은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3분기 기준 이 회사 매출액은 196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액(144억원) 대비 50억원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지난해 비용 증가에 따른 영업손실 19억원에서 27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예상 매출액은 내년엔 333억원, 2024년엔 418억원으로 뛰어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콘텐츠 시장은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과 상관관계가 높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12월 미국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59.1로 지난해 동월 70.4 수준을 크게 밑돌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으로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이 줄어든 것인데, 가계 금리 부담이 더 심해질 경우 소비자심리지수는 더 낮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튜디오미르가 찾은 돌파구는 다른 업종과 협업을 통한 지식재산권(IP) 확보다. 게임·웹툰·웹소설 등 다른 업종 기업과 인수합병(M&A)이나 지분 투자로 IP를 확보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 나가겠다는 목표다. 앞서 회사는 알렉산더 스노우 작가로부터 ‘코지’ IP를 매입해 북미 출판사와 만화책 출간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장편 애니메이션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자체 IP 확보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포스트 프로덕션을 주로 맡아 하는 미국 현지법인을 활용해 북미 시장의 유명 작가들과 계약을 맺어 새로운 IP를 확보할 예정이다. 이를 활용해 애니메이션에서 웹툰으로 이어지는 종합 콘텐츠를 구현할 계획이다.
IPO로 조달한 자금 상당 부분도 IP 확보 예산으로 편성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 상당 부분도 IP 확보를 위한 예산으로 편성했다. 다른 업종의 기업과 협업을 위해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으로 68억원을 배정했으며, IP매입과 자체개발을 위해 50억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스튜디오미르는 IPO를 통해 신주 80만주와 기존 주주 지분을 파는 방식인 구주 매출 20만주를 더해 총 100만주를 공모한다. 기관 투자자 대상의 수요예측일은 다음달 16~17일이고, 개인 청약일은 26~27일이다. 공모 규모는 153억~195억원이고, 희망 공모가격 범위는 1만5300~1만9500원이다. 상장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가치산정을 위해 팬엔터테인먼트·스튜디오드래곤·에이스토리를 유사회사로 선정했다. 3개사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27.6배로 비교가치 주당평가가액(2만4603원)에 20~38% 할인율을 적용해 희망공모가액을 산출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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