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의견 표명 두고, 위원들 사이 논쟁 오간 인권위
국회에서 여야 이견으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처리가 불발된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노조법 2·3조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로 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해 회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은 법이다.
인권위는 28일 “쟁의행위로 인한 기업의 거액 손해배상소송과 가압류 신청은 헌법상 보장된 노동 3권을 위축시키고,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쟁의행위의 원인과 경과, 배상 의무자의 재정 상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액을 경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을 위축시킬 목적으로 제기된 소송이나 가압류신청은 직권이나 당사자 신청으로 각하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같은 의견이 의결되는 과정에서 4명의 인권위 상임위원들 사이에서는 2시간 가까이 찬반 격론이 오갔다. 송두환 인권위원장 등 상임위원 3명은 노조법 개정에 찬성 의견을 냈지만, 이충상 상임위원이 반대 의견을 냈다. 이 위원은 10월 여당 추천에 따라 임용된 인사다.
이 위원은 “이런 입법은 막대한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참을 것을 강요하면서 오히려 불법행위자를 보호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며 “일본의 사회당이 의회의 다수당으로 집권했던 시기에도 이런 입법을 추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위헌 요소가 있는 노조법 개정안이 만약 국회를 통과하면 국민과 국가를 위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만일 통과되면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반면에 박찬운 상임위원은 “쌍용차만 보더라도 47억원을 노동자 개인들이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과정에서 30명의 노조원들이 운명을 달리했고 전국적으로 수많은 기업에서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해야 한다”고 반박에 나섰다. 박 위원은 또 “인권위는 지난 20여년간 인권증진에 대해 무수히 권고기능을 해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인권위 운영을 두고도 상임위원들 사이 논쟁이 벌어졌다. 이 위원은 “상임위원회 안건 제출 명의자를 사무총장으로 하고 이를 ‘원안’이라 부르는 것은 인권위원들이 여기에 반대하기 어렵게 하는 적폐”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원안’이라는 표현이 사무처의 총의인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취지다.
이같은 발언에 송두환 위원장이 “일반적인 과정에 대한 의견은 인권위원 간담회나 다른 자리에서 논의해달라”고 제지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박찬운 위원도 “자연스러운 관행이자 관련 법규에 따라 정립된 관행”이라며 “이 상임위원의 발언이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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