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 내걸었지만...신년특사, 결국 ‘국힘통합’ ?

황인성 2022. 12. 2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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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 명단 살펴보니 여당 인사 수두룩...야권 인사 ‘찔끔’
김경수, ‘복권 없는 사면’ 강제 출소...MB사면 구색용 소비
정치·선거사범만 1349명...대규모 정치인 사면 이례적
여야 모두에서 ‘명분 부족’ 비판
이명박 전 대통령(왼쪽)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진=쿠키DB

27일 단행된 윤석열 대통령의 두 번째 특별사면을 두고 여론 반응이 신통치 않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이번 사면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 반응도 마찬가지로 호의적이지 않다.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특별사면을 단행했지만, 정작 자기 진영에만 관대한 모습에 적잖은 비판이 나온다. 사면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국민통합’이 ‘국민의힘 통합’의 줄임말이었느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전날 단행된 사면 명단에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각종 불법행위로 처벌받은 여권 및 공직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야권 정치 인사도 사면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여권 인사에 비하면 극히 적다. 

박근혜 정부 인사 중에서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정무수석,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이 사면됐다. 이명박 정부 인사 중에는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잔형 면제 및 복권), 유성옥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복권) 등이 사면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던 안봉근·이재만·정호선 전 비서관과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받은 최경환 전 부총리 등도 포함됐다. 

특히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본인 의사에 반해 복권 없는 사면 대상에 포함해 야당 분열이라는 정치적인 의도를 은연중 드러냈다. 또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위한 여야 균형 카드로 김 전 지사의 사면을 활용해 야권의 전방위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1349명에 달하는 정치인 및 공직자, 선거사범에 대한 대규모 사면도 비판 거리다. 지금까지 보수·진보를 불문하고 정치인에 대한 사면은 시대적 요구와 권력층인 정치인 사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국민 시선을 의식해 제한적으로 이뤄졌는데 이번 특사를 통해 그간의 관행이 깨진 것이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28일 쿠키뉴스에 “1000여 명이 넘는 정치인 사면이 단행될 거라고 누구도 쉽게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대통령사면에서 특히 정치인 사면은 제한적이고. 민생사범과 경제사범 중심으로 사면하는 게 국민 정서상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나름 잘 지켜온 여야 정치인 사면 균형의 추가 이번에는 한쪽으로 크게 기운 게 아닌가 싶다”며 “국민통합이 아닌 ‘여권 내부 통합’을 위한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정치인 사면의 시기 또한 적절치 못하다는 당내 비판도 나왔다. 지난 8월 광복절 특사에서 정치인 사면을 하면서 ‘국민통합’을 강조했다면 오히려 환영받았을 텐데 야당 수사가 한창인 지금 이뤄진 사면이 국민적인 오해와 분열을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한 국민의힘 A의원은 28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국민통합이 사면의 목적이라고 하는데 여당 의원인 나부터도 납득이 잘 안 된다”고 소신을 밝혔다. 아무래도 중도층이 여론에 민감한 까닭에 당의 공식적인 입장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걸로 보인다. 

그는 “한쪽에선 수사가 한창 진행되면서 전 정권 인사들과 야당 정치인들을 잡아넣겠다고 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죄지은 이들을 풀어 준다고 하니 국민은 상당히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나도 이번 사면의 명분에 대해 주변에 완벽하게 설명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의원은 “이 전 대통령 등 정치인 사면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 때 이미 이뤄졌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본적으로 정치는 명분 싸움으로 국민을 이해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지금 갑자기 정치인을 사면한다고 하는 게 뜬금없다. 충분한 설명이 없다면 국민은 정치권의 권력 나누기로밖에 안 보고 정부를 불신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치평론가들의 해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 사면은 여러 측면에서 상당히 이례적이고 명분 또한 부족하다고 봤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사면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냈다.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국민통합이나 국력을 하나로 모으겠다는 명분은 말장난에 가까운 수준”이라며 “결국 대선에 도움을 준 보수 진영에 대한 은혜 갚기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기도 대변인을 지낸 정치평론가 김홍국 교수도 같은 날 “이번 신년사면은 일관성과 형평성 모두 부족한 일종의 편 가르기 사면”이라며 “사면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권력에 대해 국민적인 실망감이 크고, 이제 곧 사면권을 제한하거나 없애자는 얘기가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적인 반응도 호의적이지 않다. 보수 지지자임을 밝힌 30대 직장인 박천수씨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옛말이 지금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 같다”며 “범죄를 저질러도 빽 있는 사람은 결국 다 빠져나가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민주당 지지자임을 밝힌 김영용씨는 “최근에 사면은 최소한 국민의 눈치를 보고 신중하게 정했는데, 이번 사면의 국민을 무시한 자기들만의 사면 잔치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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