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결국 연내 통과 불발… 野 ‘최후통첩’한다
간호법 법사위 계류 226일째… 간협 “국민 약속 잊었나”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여야가 앞다퉈 약속한 ‘간호법 제정’이 해를 넘기게 됐다. 야당은 내년 초 ‘국회 안건신속처리제도’를 통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간호법이 법사위에 계류된 지 226일째다. 법사위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이날 심의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하며 간호법 연내 통과가 불발됐다. 지난 5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를 통해 통과된 법안임에도 이제껏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다.
간호사의 업무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처우 개선을 명시한 간호법은 여야 대선 공통공약이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각각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대한간호협회를 방문해 “간호사의 헌신과 희생에 국민과 정부가 합당한 처우를 해주는 것이 공정과 상식”이라고도 말했다.
민주당은 간호법의 연내 통과를 약속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1일 ‘간호법 제정 총궐기대회’에 참석해 “만일 국회 법사위에서 간호법이 처리되지 않는다면 국회법에 따라 민주당이 처리하겠다는 것이 이재명 대표의 뜻”이라며 “국민의힘과 협의하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호법이 합의 처리되지 않으면 이번 정기국회 내 복지위 소속 의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아 최대한 빨리 제정하겠다”고 했다.
‘국회 안건신속처리제도’ 카드를 빼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국회 안건신속처리제도(국회법 제86조)에 따르면 법사위가 60일간 이유 없는 심사를 마치지 않을 경우 간사 간 협의 또는 무기명 표결을 통해 제정안을 본회의에 부칠 수 있다. 무기명 표결의 경우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내년 초 국민의힘이 협의에 나서지 않으면, 안건신속처리제도를 통해 법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8일 쿠키뉴스에 “올해 통과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 내년 초 다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 복지위 위원들이 결의를 다지고 있지만 법사위가 꼼짝하지 않고 있어 최후통첩을 하고 있는 단계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간호단체는 정치권을 향해 “약속을 지키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 60만 간호인과 간호, 보건의료, 노동, 법률 등 1300여 단체로 구성된 간호법 제정 촉구 범국민운동본부는 2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3개월째 수요 집회를 이어가며 국회 간호법 통과를 거듭 촉구했다.
이들은 “국민의힘은 대선과 총선에서 약속한 간호법 제정에 즉각 나서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간호법을 즉각 심사하라”고 연신 외쳤다. 이후 집회 참가자들은 ‘간호법 제정’, ‘법사위 통과’ 피켓을 들고 현대캐피탈 앞까지 가두행진을 했다.
신경림 간협 회장은 “간호법이 법사위에 계류된 지 226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야당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여당인 국민의힘이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며 “대선 공약은 국민을 위해서 한 약속이다. 국민의힘은 그 약속을 잊어버렸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여야 공통공약인 간호법 제정을 적극 추진하는지, 의사단체의 눈치만 살피며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릴 건지 두눈을 똑똑히 뜨고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탁영란 간협 감사도 “여야가 지난달 23일 약속한 합의문에 따라 조속히 대선공통공약추진단을 구성해 간호법을 제정하라”면서 “국민의힘은 대한민국 간호의 미래와 국민 건강, 환자 안전을 위해 간호법 제정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김숙정 광주광역시간호사회 회장은 “국민의힘은 더 이상 일부 보건의료단체들의 거짓 선전 선동에 호도돼 여야 만장일치로 합의 통과된 간호법을 등한시해선 안 된다”며 “복지위에서 네 차례의 고강도 법안심사를 통해 갈등이 모두 해소된 간호법 조정안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외치는 국민의힘이 지금 바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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