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속 시신' 연쇄살인범 구속…경찰 "사이코패스 가능성 염두"
택시기사를 살해해 시신을 옷장에 숨기고 전 여자친구인 동거녀까지 4개월 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은닉)를 자백한 이모(31)씨가 구속됐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박근정 영장전담 판사는 28일 이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오후 4시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판사는 “증거인멸과 도망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이날 오전 경찰 호송차를 타고 법원에 도착한 이씨는 패딩 후드를 뒤집어쓰고 고개를 숙여 얼굴을 완전히 가린 채 내렸다. 이씨는 “돈을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나”, “추가 범행은 없나”, “전 여자친구는 왜 살해했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30대 피의자, 얼굴 가린 채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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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엽기적 범죄 행적에 사이코패스 여부 조사키로
4일간의 수사를 통해 이씨의 엽기적 범죄 행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씨가 사이코패스일 수 있다고 의심한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여죄를 캐고 있다. 28일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택시기사를 살해한 사실이 드러난 후 남녀 프로파일러 2명을 투입했는데, 조사 과정에서 특별한 이상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범죄 행각을 볼 때 조만간 프로파일러를 다시 투입해 사이코패스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4월부터 함께 살아온 B씨를 4개월 만에 살해한 뒤 새로 사귄 여자 친구와 B씨에 집에서 함께 지내왔다. 그 집 옷장에 택시기사 A씨의 시신을 숨겼다. 두 피해자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대출 및 각종 물건 구입에 7000만원 가까이 사용했다. 사들인 물건 중엔 새 여자친구에게 선물한 가방도 있었다. B씨의 명의로 1억원 넘는 돈을 빌려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 ‘이게 정말 큰 일이다’ 이런 상황 판단이 일반인과 좀 다른 것 같다”며 “적어도 닷새 동안 집에서 시신과 함께 생활하고 여자친구를 집으로 불러들인 것을 보면 희로애락의 감정이 일반인과 다르다. 이런 점에서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할지 여부에 대해 검토 중이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이르면 오는 29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이씨에 대한 신상 공개 여부와 범위를 결정한다고 28일 밝혔다.
특정강력범죄 처벌 특례법과 경찰청 신상 공개 지침에 따르면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인 경우 ▶범행에 대한 증거가 충분한 경우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나 범죄 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닌 경우 등 4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신상공개심의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총 7명(경찰 3명·외부 위원 4명)으로 구성된다. 이 교수는 “차량 뒷좌석의 혈흔 등으로 볼 때 추가 범행 가능성이 있다”며 “이씨의 신상을 공개해야 제보 등을 통한 여죄 파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씨가 전 여자친구의 시신을 유기한 장소로 지목한 경기도 파주시 공릉천 일대에서 이틀째 벌여온 육상 수색을 이날 오후 잠정 중단했다. 수색 장소 주변에 유실 지뢰가 있을 수 있다는 군 당국의 통보에 따른 조치다. 경찰관계자는 “다이버와 드론 등을 이용한 공중 수색과 수중 수색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전익진·손성배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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