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걱정하다 1260원 까지 끌어올린 원화가치…내년은?
추락하던 원화 가치가 올 연말 눈에 띄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도 외환시장 폐장일(29일)을 앞둔 28일에 달러 당 원화가치는 1267원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보다 4.4원 올랐다(환율은 하락). 원화값이 종가 기준 1260원대를 기록한 건 지난 6월10일(1268.9원)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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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만에 1260원대
올해 원화 가치는 큰 부침을 겪었다. 지난 9월 22일 종가 기준 달러 당 원화가치는 1400원 선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남아있던 지난 2009년 3월 20일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치솟은 물가를 잡겠다며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연달아 단행한 여파다. 미국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은 ‘킹달러’현상을 부추기며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통화의 약세를 이끌었다.
그러다가 달러 당 원화가치는 지난달부터는 다시 1300원대를 회복했고 이후 오름세 기조로 전환했다. Fed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더뎌질 거란에 전망과 함께 다른 나라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올리며 ‘킹 달러’ 기조가 약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을 지낸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는 “특히 최근엔 일본 은행(BOJ)이 그간 고수해 온 초저금리 기조에 변화를 가져온 것이 달러화 강세를 주춤하게 하고 원화 가치를 끌어올린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BOJ는 지난 20일 10년물 국채금리의 변동 폭을 기존 ±0.25%에서 ±0.5%로 확대했다.
정부는 한 시름을 던 반응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장 안정을 위한 관계 기관 간의 긴밀한 협조 등으로 최근 (달러 당 원화가치) 1270원을 보게 되는 안정세가 왔다”며 “환율에 대한 걱정들이 많이 누그러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널뛰기 환율 안 나타날 것”
주요 기관과 전문가들은 내년 달러 당 원화가치가 올해와 같이 널뛰는 이상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 한국금융연구원(1360원)과 산업연구원(1320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1370원)는 내년 달러 당 원화가치가 연평균 1300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티(1313원) 노무라(1220원) 등 외국계는 국내 기관보다 더 높은 원화값 전망치를 내놨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내년 환율 전망을 담은 ‘2023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원‧달러 평균 환율은 Fed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달러화 강세가 다소 완화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피크아웃(peak out·고점) 지연,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경상수지 악화 지속 등 위험요인이 현실화될 경우 환율이 추가 상승(원화 가치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밝혔다.
배현기 대표는 “우크라이나 사태 확전 가능성과 같은 변수가 있긴 하지만 달러 당 원화가치가 올해와 같은 큰 변동성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롤러코스터’ 환율 가능성은 줄어든 만큼 향후 경제정책은 실물 경기 회복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내년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주춤하며 달러 당 원화가치도 올해와 같은 급격한 변동 흐름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런 만큼 향후 경제 정책은 환율 안정보다는 실물 경기 회복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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