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딱지' 뗀 하윤기, 최고 센터 자리가 보인다
어리다는 수식어가 불필요해졌다. '신인 최고 빅맨'이었던 하윤기(23·2m5㎝)가 리그 최고 빅맨을 향해 성큼성큼 나아가고 있다.
수원 KT는 지난 27일 울산 현대모비스와 경기에서 101-91로 이겼다. KT는 이날 승리로 최근 3연승을 달리며 리그에서 가장 늦게 10승(15패)에 도달했다. 서울 삼성을 반 경기 차로 따돌리면서 지난 4일 이후 처음으로 최하위에서 탈출했다.
이 경기에서 31분 21초 동안 27점 6리바운드를 기록한 하윤기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27득점은 하윤기가 지난 8일 역시 현대모비스전에서 기록한 것과 같은 한 경기 개인 타이기록이다.
하윤기는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지명된 대형 유망주다. 이미 지난해에도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으로 신인왕 유력 후보에 올랐다. 평균 7.5점 4.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2m가 넘는 신장뿐 아니라 서전트 점프(제자리 점프) 76.2㎝와 맥스버티컬 점프(도움닫기 점프) 91.4㎝를 기록해 주목받았다. 패기 넘치는 플레이와 인상적인 하드웨어로 KT가 선전하는 데 힘을 보탰지만, 그가 그해 최고 루키는 아니었다. 최고 신인은 2년 차 이우석(현대모비스)이 탔고, 빅맨 대결에서는 이승현(전주 KCC) 등 선배들에게 여러 차례 패했다.
그랬던 하윤기가 올 시즌 한 단계 발전했다. 27일 기준으로 평균 13.4점 6.4리바운드로 지난 시즌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평균 득점과 리바운드 모두 국내 센터 중 1위.
오프시즌 동안 준비한 미드레인지 점퍼 장착이 성공했다. 27일 경기에서도 그의 슛이 통했다. 기회가 올 때마다 미드레인지 점프슛을 자신 있게 꽂았다. 이날 기록한 2점 슛 성공률이 83%에 달했다. 골 밑에서도 최강자로 올라섰다. 지난 25일 원주 DB전에서는 리그 대표 센터 김종규를 상대로 리바운드 14개를 기록했다. 하윤기 덕에 KT는 골밑 싸움을 걱정하지 않고 슛 능력을 갖춘 재로드 존스를 영입해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하윤기는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경기 후 중계방송 인터뷰를 통해 "(27득점은) 형들이 패스를 너무 맛있게 주셔서 나왔다"며 "자유투 하나만 더 넣었다면 한 경기 득점 기록을 바꿨을 텐데 못했다. 더 연습해서 다음 기회가 오면 달성해보겠다"고 다짐했다.
3연승의 시발점이 된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를 모두 바꾼 KT는 대체 외국인 선수 레스터 프로스퍼와 존스가 모두 합류한 23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전부터 연승을 달렸다. 두 선수 모두 팀플레이 이해도가 높아 서동철 KT 감독의 합격점을 받았다.
하윤기도 25일 승리 후 "존스와 프로스퍼 모두 너무 똑똑하다. 공이 없을 때 움직임이 좋고, 패스나 일대일 능력도 뛰어나다”고 기뻐했다. 이어 27일 승리 후에도 "두 선수 모두 흥도 많고 (선수단의) 분위기 메이커다. 코트 밖에서는 분위기를 끌어올려 주고 안에서는 우리를 이끌어주고 잘해준다. 너무 좋다"며 웃었다.
두 외국인 선수와 하윤기의 조합으로 KT의 상승세도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올해 마지막 홈 4연전에서 승리하고 싶다던 서동철 감독의 목표도 75%가 채워졌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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