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약식서 '브레이킹' 본 조희연 "나도 다음엔 다르게 살래"

윤근혁 2022. 12. 2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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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올림픽 종목 된 브레이크 댄스, 서울 공교육에 첫 입성하는 날

[윤근혁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28일 오후 공교육 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대한브레이킹경기연맹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 윤근혁
 
'부드러운 원칙주의자'로 소문 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나도 다음 생엔 지금처럼 안 살래"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서울시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기 위해 교육청에 온 전설적인 비보이들이 펼친 브레이크 댄스(아래 브레이킹) 공연을 보고나서다.

브레이킹경기연맹, 교육기관과 사상 처음 업무협약

서울시교육청과 대한브레이킹경기연맹은 28일 오후 2시 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업무협약식을 가졌다. 시교육청은 내년부터 원하는 초중고에서 브레이킹을 배울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기로 했다. 우선 학교 방과후 학습과 스포츠클럽에서 학생들이 원할 경우 브레이킹을 배우도록 할 생각이다. 연맹은 브레이킹 교재를 만드는 한편 강사·지도자도 양성하기로 했다.

브레이킹경기연맹이 교육청은 물론 교육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학교에서 브레이킹을 공식 교육할 기회를 얻은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브레이킹은 1970년대 미국 뉴욕 클럽에서 브레이크 타임에 이름 없는 비보이나 비걸들이 잠깐씩 나와 추는 대접받지 못하는 춤이었다. 하지만 이 춤이 오히려 본 공연을 압도하고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1980년쯤 브레이킹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한국은 현재 브레이킹 강국이다. 브레이킹 국제기구에서는 한국의 순위를 미국에 이어 세계 2등이라고 공개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브레이킹은 한국 어른들에게 여전히 '학교 공부하기 싫어하는 그저 그런 학생이나 청소년이 추는 춤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브레이킹 정식 선수는 200명에 불과하고, 브레이킹 적극 참여자는 1만 명에 이르지 못하는 등 비주류'라는 게 연맹의 분석 결과다.

하지만 나라안팎의 환경이 바뀌었다. 한국 청소년들이 어른들과 달리 브레이킹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지난해 국제올림위원회는 브레이킹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오는 2024년 프랑스 파리올림픽부터 남녀 부문에 금메달이 하나씩 내걸린다. 내년 9월 중국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올라선다.

이미 국제사회에서 브레이킹은 즐기기 위한 춤이 아닌 건강을 가꾸는 주류 스포츠가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한국 초중고에서 브레이킹은 여전히 홀대를 받고 금지되기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체육-음악교과서 어디에도 브레이킹에 대한 내용은 없다.

이 와중에 서울시교육청과 연맹이 손을 맞잡은 것이다. 브레이킹이 공교육 안으로 들어오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28일 오후 공교육 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대한브레이킹경기연맹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 윤근혁
  
조 교육감은 협약식 인사말에서 "김구 선생님이 염원하던 문화강국의 원조로 세계를 제패한 건 한국의 비보이와 비걸이었다"면서 "하지만 이들은 한국에서 여전히 외롭다. 이 브레이킹이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국가 중에서 가장 불행하고 가장 자살률이 높다는 오명을 갖고 있는 한국 청소년들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삶과 미래를 즐기면서 우리 아이들이 생활해 가도록 하는데 브레이킹이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 이번 협약식은 과거에 하지 않았던 특별한 협약식"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희연 "이번 협약식은 과거에 하지 않았던 특별한 협약식"

연맹의 김만수 회장도 "브레이킹이 한국에서는 길에서 추는 춤이었는데 이제 서울시교육청의 도움으로 학교에 들어온 것은 대단히 감격스러운 일"이라면서 "브레이킹은 자기 몸을 관리하고 정신적 고양을 체험하는 정말 좋은 운동이다. 내년에 학생들과 만날 때까지 최선 다해서 준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 회장은 부천시장 재임(2010~2018) 중 부천에서 세계비보이대회를 열고, 부천지역에 비보이 연습장을 마련한 것이 인연이 되어 2019년 초대 연맹 회장에 취임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협약식의 마지막은 세계 5대 메이저 브레이킹대회를 휩쓴 '진조크루'는 물론 갬블러크루, 라스트포원, 고릴라크루, 베이스어스크루, 저스트원크루 등의 여러 크루 멤버가 힘을 모아 마련한 10여 분간의 공연이 장식했다. 

조 교육감은 동영상 촬영기사가 된 듯 휴대폰으로 공연 모습을 담았다. 그런 뒤 다음처럼 외쳤다.

"즐겁게 공연하는 모습 정말로 부럽다. 나도 다음 생엔 지금처럼 안 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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