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잇따른 ‘안전 경고등’ 대한항공…기본으로 돌아가야
백약이 무효다. 올해 들어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는 대한항공 얘기다.
지난 27일 오전 4시 45분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서 대한항공 자회사 한국공항 소속 A(56)씨가 견인차에 끼어 숨졌다. A씨는 관제탑과 소통하면서 견인차 운전사를 안내하는 일명 ‘인터폰맨’으로 일하다 사고를 당했다. 한국공항은 출·도착 항공기가 지상에서 필요한 견인·유도·보안 등을 담당하고 있어 대한항공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견인차로 인한 사망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에도 견인차 정비 중에도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인천공항 내 항공기 정비소에서 일하던 B(37)씨는 견인차 바퀴와 차체 사이에 끼여 숨졌다. B씨는 견인차 바퀴 등을 점검하던 중이었다. 공항이란 사고 발생 장소도 견인차라는 사고 원인도 동일했다. 비슷한 사고의 반복은 산업재해 예방 측면에서 보자면 가장 기피해야 할 신호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한항공 소속 A330 여객기에선 올해 하반기 크고 작은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A330 여객기는 지난 7월 엔진 이상으로 아제르바이잔에 비상 착륙했고, 10월에는 호주로 향하던 중 엔진 이상으로 회항했다. 이달 22일에도 미국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A330 여객기에서 엔진 경고등이 들어와 엔진 한 기를 멈추고 착륙해야 했다. 지난 10월 필리핀 세부에서 활주로를 벗어나 착륙한 여객기도 대한항공이 운영하는 A330 기종이었다. 폭우가 원인으로 꼽힌 필리핀 사고를 제외하더라도 동일 기종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대한항공이 안전에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달 정부가 주관한 항공안전 점검 회의에 참석해 “필리핀 세부공항 활주로 이탈 사고를 비롯해 A330 항공기가 두 차례 엔진 문제로 회항한 걸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유 중인 A330 기체 총 30대 중 6대를 퇴역시키고 나머지 항공기는 5대씩 나눠 집중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 사장의 약속은 힘없는 말이 됐다. 재발 방지 대책에도 불구하고 동일 기종에서 엔진 경고등이 들어왔다. 이에 더해 견인차에서 다시 발생한 작업자 사망 사고는 안전에 대한 의지마저 의심하게 한다.
이를 두고 항공 업계에선 대한항공이 내실을 다지는 게 아닌 외적 변화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기내식 개선 등 올해 힘을 주고 있는 현안에 안전이 묻히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항공 사고는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안전에 대한 강조는 끝이 없다. 격언도 있다. 산업재해 분야를 개척한 허버트 하인리히는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비슷한 원인으로 수십 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수백 번의 징후가 반드시 나타난다”고 했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조양호 선대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안전은 어떠한 경우에도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절대 방심하거나 자만하지 말고 익숙한 것일지라도 항상 처음 대한다는 자세로 원칙과 규정에 의거하여 신중하게 업무에 임해야 합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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