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김경수 왔습니다'…다시 시작은 봉하마을에서
출소 후 첫 번째 공개 일정, 김해 봉하마을
"왜 국민통합을 위해 애썼는지 다시 돌아봐야"
"왜 노무현 대통령께서 그렇게 국민통합을 위해 애를 썼는지 지금 우리가 다시 돌아봐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된다."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28일 오전 출소 후 첫 공개 일정으로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방문했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정치인 김경수. 노 전 대통령이 2009년 5월23일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 곁에서 그를 모신 인물이다.
김 전 지사는 친노(친노무현계)의 상징적인 인물이자 친문(친문재인계)의 좌장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김 전 지사를 통해 청와대에 뜻을 전달하고자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인물이자 친문의 좌장 역할을 하는 김 전 지사의 정치적인 위상을 고려한 결과다.
김 전 지사는 이른바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징역 2년의 확정판결을 받는 신세가 됐다. 친노, 친문 진영 입장에서는 '아픈 손가락'이지만, 국민의힘 쪽에서는 견제와 경계의 대상이다. 이날 김 전 지사의 복권 없는 사면 결정과 관련해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날이 선 비판을 이어간 것도 그런 정치적인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김 전 지사는 새로운 시작을 봉하마을에서 알렸다. 정치인은 말 하나, 행동 하나가 메시지다. 김 전 지사는 "대통령님께서 재임 기간 중에 가장 최고의 과제로 꼽으셨던 게 국민통합"이라고 강조했다. 국민통합이라는 메시지는 노 전 대통령의 생전 정치 철학이기도 하지만, 2022년 12월 정국을 압축적으로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김 전 지사는 "어느 정부든 개혁을 하더라도 정권이 바뀌면 다시 사상누각이 되는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문재인 정부의 개혁 과제들이 사상누각이 되는 현실에 관한 안타까움이 담긴 메시지다.
김 전 지사는 복권 없는 사면 결정을 한 윤석열 정부의 판단과 관련해 "이번 사면은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억지로 받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지사의 이러한 주장이 알려진 이후 국민의힘 쪽에서는 '사상범 코스프레'를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김 전 지사는 국민통합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복귀를 알렸지만, 현실 정치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지켜볼 일이다. 2028년 5월까지 공직선거 출마가 봉쇄된 현실은 2024년 4월 총선, 2027년 3월 대선에 뛰어들 수 없음을 의미한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의 향후 정치 구도에서 중요한 축이 될 가능성은 있다.
친노-친문 그룹은 구심점이 없이 흩어져 있다. 김 전 지사를 중심으로 다시 뭉치게 될 경우 정치적인 영향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지사가 직접 나서기는 어렵지만, 중요 선거 국면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것인지, 어떤 인물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에 따라 판도는 달라질 수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야당이 대선 레이스 판도가 이대로 굳어질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국민의힘이 견제에 들어간 것처럼 정치 환경은 만만치 않다. 김 전 지사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질수록 민주당 안과 밖에서 그를 견제하는 힘도 커질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수감 생활을 끝낸 정치인 김경수라는 존재는 여의도 정가의 지각변동을 이끌 변수라는 점이다. 비판이건 호응이건 그의 언행이 여의도 정가의 관심 대상이 되는 것 자체가 김 전 지사의 위상을 반영하는 결과다.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김 전 지사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언제 만날 것인지도 관심사다. 덕담 수준의 얘기만 오가더라도 대화의 내용은 다양한 정치적인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 전 지사도 문 전 대통령과의 만남 자체는 부인하지 않고 있다.
김 전 지사는 문 전 대통령과의 만남 가능성을 묻는 말에 "새해도 되고 했으니까 조만간 인사드리러 한 번 가야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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