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회의 '노옥희표 예산삭감', 민주주의 퇴행이자 모욕"
[박석철 기자]
▲ 교육공공성실현을 위한 울산교육연대를 비롯한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 및 진보정당들이 28일 오전 11시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시의회의 예산심의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 박석철 |
"고 노옥희 울산광역시교육감이 추진한 예산에 대한 삭감은 민주주의 퇴행이다. 시의회의 울산교육청 예산삭감은 울산시민에 대한 모욕이다."
전학교 무상급식과 무상교육, 학부모 교육경비부담 절감 등 울산의 교육복지를 전국 최상위 수준으로 끌어올린 재선의 노옥희 울산광역시교육감이 지난 8일 갑작스럽게 심근경색으로 별세한 뒤, 노 교육감이 추진했던 예산이 삭감되면서 지역에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울산광역시의회는 고 노옥희 교육감이 별세한 지 5일 후인 지난 13일 본회의를 열고, 노 교육감 의지가 담긴 울산시교육청 내년 예산 중 민주시민교육과 22개 사업 전액 삭감을 포함해 286억 원을 삭감했다(관련 기사 : '노옥희 교육 예산' 삭감하는 울산시의회... "무서운 칼질").
이에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진보정당과 교육공공성실현을위한울산교육연대 등 32개 단체가 28일 오전 11시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산 부활을 요구했다. "울산교육청 예산삭감은 민주주의 퇴행이며 울산시민에 대한 모욕이다"라는 게 이들의 핵심 주장이다.
이들 단체들은 "시의회의 권한을 남용해 시민의 뜻을 반대하고 고인이 추진하고자 했던 교육정책을 막는 것은 부당하다"며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 확립된 교육의 공공성 실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들을 일거에 되돌리려는 것은, 민주주의 진전을 가로막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무리한 예산 삭감, 고 노옥희 교육감에 대한 정치적 공세"
시민단체들은 이날 특히 "울산교육청에 대한 무리한 예산삭감은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교육'을 위해 헌신하신 고 노옥희 교육감에 대한 정치적 공세에 다름아니다"며 "지금이라도 교육이 담당해야 할 마땅한 사업에 대한 예산 삭감을 당장 거두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울산시의회는 고 노옥희 교육감이 시민들과 약속했던 수많은 공약을 무위로 돌려세우기 위해 예산심의권을 이용해 무리하게 삭감했다"며 "시의회가 갑작스럽게 운명하신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교육감이 이루고자 했던 교육정책을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들은 또 "예결특위에서 확정된 삭감안에 대한 재논의를 통해서라도 교육감이 생전에 시민들에게 약속했던 사업에 대해 진지하게 재논의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지만 시의회는 이조차 매몰차게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의회는 200억 규모의 제주학생교육원 제주분원에 대한 예산이 대부분이었다고 강변하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무엇보다 민주시민교육 관련한 사업들이 대거 감액됐다"며 "민주시민교육과의 대부분의 사업을 전액 삭감한 상황에서 민주시민교육과의 운영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 들 정도"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시의회 교육상임위원회는 '(이 예산이) 교육적 목적에 부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지만, 예산삭감을 강행한 내용들을 살펴보면 (이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예산삭감을 위해 무리하게 정쟁화하려는 내용들은 이미 국제사회의 기본질서로서 인류가 약속한 최소한의 내용들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 과거 노옥희 울산광역시교육감 집무모습 |
ⓒ 울산시교육청 홈페이지 |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진보정당과 교육공공성실현을위한울산교육연대는 시의회가 삭감한 예산에 대해 부활을 요구했다.
이들은 관련해 "울산교육청에서 진행하고 있는 민주시민교육과 포괄적성교육, 청소년노동인권교육, 인권교육 등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요한 합리적 사고를 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과 소양을 위한 교육"이라며 "교육기본법에서 제시하는 교육의 목적에 따라 시행하는 '민주시민교육'은 해묵은 논쟁이 필요한 영역이 결코 아니다"고 짚었다.
시의회 측 해명에 대해서는 "오히려 시대적 흐름을 거슬러가면서 정치적 논쟁으로 무리하게 소환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스러울 뿐"이라며 "스스로 옹색한 정치편향을 드러내는 발언을 하고 있음을 인식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예산을 심의하는 것은 시의회의 고유권한이지만 시민 선택을 받은 단체장의 예산을 의회가 마음대로 삭제하는 것까지 정당하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의회가 행사할 예산심의권은 시민의 의사를 대변하여 부당한 예산편성과 운영을 지적하고 바로잡는 것이지, 시민 선택으로 당선된 교육감의 교육철학에 기반한 정책과 공약을 시행할 수 없도록 막는 것까지를 허용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 이선호 위원장과 제7대 울산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14일 오전 10시 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의회의 교육청 예산 삭감을 비판하고 있다. |
ⓒ 박석철 |
시민단체들은 끝으로 "너무나 급작스럽게 운명을 달리하신 고 노옥희 울산교육감의 영면을 기원한다"며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교육' 위해 애쓴 교육자이자 민주 사회와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헌신한 사회운동가였던 고인을 깊이 추모한다"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한편, 같은날(28일) 김기환 울산시의회 의장은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예산 삭감과 관련해 "시청과 교육청 예산 모두 불요불급성을 따져 상임위원회에서 충분한 논의와 검토 끝에 삭감했으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한 번 더 검증을 거쳐 삭감과 부활의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정당이나 정파적 이익과 이해관계는 예산 심의와 의결에 전혀 고려된 적도 없고,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달라"고도 덧붙였다.
28일 기자회견에 동의하는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진보정당과 교육공공성실현을위한울산교육연대는 다음과 같다.
더불어숲작은도서관,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울산민예총, 울산시민연대, 울산진보연대, 울산겨레하나, (사)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울산지부, 북구주민회,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울산중구주민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울산지부, 울산4.16기억행동, 울산새생명교회, 울산언론발전을위한시민모임, 북구주민회, 울산환경운동연합, 민족문제연구소 울산지부, 정의당 울산시당, 진보당 울산시당, 노동당 울산시당, 울산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교육공공성실현을위한울산교육연대(전국교육공무직노동조합울산지부, 전교조울산지부,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 어린이책시민연대 울산지회, 울산교육연구소, 교육희망울산학부모회, 울산여성회, 울산인권운동연대, 울산장애인부모회, 울산청소년교육문화공동체 '함께',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울산지부 등 32개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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