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양곡관리법' 본회의 직회부 강행…국민의힘 "이재명 방탄법 날치기" 반발
박덕흠 "날치기 이해 안돼…이재명 하명 받은 것인가"
소병훈 위원장, 與반발에도 '표결 강행'…본회의 상정
'표결 불참' 국민의힘 의원들 "국회 평화 깨졌다" 분통
양곡관리법이 28일 야당 의원들의 단독 의결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를 넘어 본회의로 직회부됐다. 양곡관리법이 쌀값 안정화에 도움이 되고, 농민들의 요구가 담긴 법안이라는 취지에서다. 이에 대해 농해수위 소속 국민의힘 위원들은 충분한 논의가 없었던 데다, 양곡관리법이 상정된 절차가 적절하지 않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양곡관리법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국면전환용 방탄법"이라고 규정하면서, 법안 통과 절차가 날치기에 불과하다고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을 통과시켰다. 전체 농해수위 위원 19명 가운데 국민의힘 위원들을 제외한 12명이 투표에 참석했고, 12명이 모두 찬성하면서 해당 안은 가결됐다. 이날 투표에 참석한 위원들은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민주당 출신인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다.
여야는 개의와 동시에 양곡관리법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양곡관리법은 생산량이 예상 수요량 대비 3% 이상이거나 가격이 5% 넘게 떨어지면 정부의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앞서 지난 10월12일 농해수위 안건조정위원회에 윤미향 의원을 포함한 4명의 야당 몫 의원을 포함시켜 안조위에서 법안을 단독으로 의결한 뒤, 1주일 뒤인 19일엔 다수 의석을 통해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국회 농해수위를 통과한 양곡관리법은 체계·자구 심사를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하지만 60일이 지나도록 체계·자구 심사가 완료되지 않으면서 본회의로 곧바로 부의하는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현행 국회법 86조 3항에 따르면 법사위가 회부된 법률에 대하여 이유 없이 회부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을 때는 소관 위원회에서 간사 간 협의 또는 무기명 투표를 통해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 시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
농해수위 여당 간사인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회의 시작과 동시에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야당이) 9월부터 오늘까지 농해수위에서만 양곡관리법 관련해서 벌써 7번째로 법안 날치기를 시도하고 있다"며 "국회법 절차를 무시한 야당의 폭거를 용인할 수 없어 강력하게 항의의 뜻을 전한다. 포퓰리즘적인 날치기 대신에 여야 그리고 정부, 민간단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 쌀 산업 경쟁력 및 수급안정 대책 수립에 나설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에 농해수위 야당 간사인 김승남 민주당 의원은 "양곡관리법은 10월19일 이전에 상임위원회와 법안소위원회에서 심도 깊게 논의했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60일간 계류된 상태에서 만료일이 지나 되돌아온 것"이라며 "국회법 절차에 의겨해 상임위에서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양곡관리법이 여야 합의가 안 됐다고 하는 것이 오히려 국회법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맞받았다.
민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이재명 대표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핵심 정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양곡관리법을 올해 정기국회 '7대 핵심 추진 과제'로 선정하면서 강행 의지를 드러내며 수차례 당 내부에 법안 통과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이번 본회의 직회부를 통해 양곡관리법을 '이재명표 1호 입법'으로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은 양곡관리법에 대한 논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의원은 "지금까지 국회에서 있었던 소위들은 전통적으로 합의정신에 따라 처리했는데 양곡관리법에 만큼은 유난히 몇 차례나 날치기 통과가 이뤄지고 있다"며 "안건도, 일정도 합의가 안 됐는데 강행하는 것을 보니 뭔가 저의가 있지 않나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대표를 방탄하기 위해 하명을 받아서 밀어붙이고 날치기 하는 이재명 방탄 관리법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도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0월 농경연 연구원에 대해 인격모독에 가까운 공격을 했고 연구가 엉터리라고 주장해서 다시 연구를 해서 결과가 나왔는데 이것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연구결과를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양곡관리법은 농업판 탈원전 사례와 다름없다"며 "민주당이 양곡관리법을 밀어붙이는 이유가 이재명 대표에게 불거진 사법리스크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든다"고 주장했다.
이 와중에 양곡관리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전제로 한 민주당 측의 보도자료가 공개되면서 전체회의가 한 차례 중단되기도 했다. 양곡관리법이 농해수위를 공식적으로 통과하기도 전에 민주당에서 법안 통과를 전제로 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특정 언론사에 배포했다는 의혹이다. 이양수 의원은 '쌀값 정상화 및 양곡법 상정 촉구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언급하며 "회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본회의에 올라갔다는 보도자료가 나왔다. 심지어 소병훈 위원장부터 민주당 의원 전부와 윤미향 의원 이름까지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재차 "말씀드리기조차 부끄러운데, 이런 내용의 보도자료 초안을 작성했다는 것 자체가 어제 이재명 대표가 호남에서 '양곡관리법을 지키겠다'고 선언하면서 치고 나가니까 (민주)당에서도 포커스를 맞출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닌가"라며 "이번 양곡관리법 본회의 부의 요구 처리가 순수한 민주당 의원들의 뜻이라기보다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돌리기 위한 지도부 지시로 시선을 다른 데 돌리기 위한 행보였다는 의심이 든다"고 이 대표 방탄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김승남 민주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조사해본 결과 우리 실무진을 사이에서 만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부의된다면 기자회견을 할지말지를 결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안을 미리 준비해놓은 것을 내부적으로 공유했던 것"이라며 "자료를 공식적으로 배포한 게 아니라 유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야 간 갈등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를 결정할 무기명 투표를 앞두고 극으로 치달았다. 민주당 소속인 소병훈 농해수위 위원장이 무기명 투표를 진행하려고 하자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모두 위원장석으로 나와 "이견도 확인 안 하고 투표에 들어가면 안 된다" "앞뒤도 안 보는 이런 날치기가 어딨나" "국회 평화가 깨졌다"며 반발했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 농해수위 위원들은 투표 불참을 선언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와 여당, 대부분의 언론과 전문가, 심지어 농민단체들까지 그 부작용을 수차례 지적해 왔다. 이런 우려가 왜 민주당 의원들의 귀에만 들리지 않나"라며 "민주당이 진정으로 농민과 농촌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지금이라도 농업파탄법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일방적인 추진을 즉시 중단하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쌀 시장의 구조적 해법을 마련하는 정책 수립에 적극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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