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 격노한 尹 "한 대 왔으면 우린 두 대 세 대 보내라"
북한 무인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했던 26일, 윤석열 대통령은 구체적인 지시까지 내리며 철저 대응을 당부했지만 한국군은 무능했다. 이튿날 윤 대통령은 준비태세 부족 등을 이유로 군에 격노했고, 조속한 드론부대 창설을 지시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28일 전한 당시 전후 사정은 이렇게 요약된다.
북한 무인기가 한국 영공을 침공한 다음날인 27일 오전,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안보상황점검회의가 열렸다. 이종섭 국방장관과 김승겸 합참의장,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 등이 모여 전날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 관련 사항을 점검했다. 당시 한국군은 공군 전력을 가동했지만, 외려 이 과정에서 KA-1 경공격기가 추락하는 등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회의가 진행되던 중, 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 개의 시간인 10시 30분이 가까워지자 김성한 실장과 이종섭 장관이 별도로 윤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를 했다. 이때 윤 대통령은 “국방부와 군은 도대체 무얼 한 거냐”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격노”라는 표현을 썼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군에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데 그 신뢰를 충족하지 못했다. 훈련이 부족하고, 기강이 해이한 부분에 대해 강하게 질책하고 보완을 주문한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무인기 도발 당시에 세세한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일각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하지 않은 것을 비판하는데, 윤 대통령이 일일이 보고받고 지시하는 상황에서 NSC 개최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전날 중앙일보에 “전쟁 중에는 회의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이 군을 통수(統帥)했다”고 전했는데, 윤 대통령은 드론을 띄워 대응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28일 기자들과 만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처음 북한의 무인기 한 대가 영공을 침범했을 때, 윤 대통령은 ‘우리도 무인기를 갖고 있지 않나. 북한에 사후 조치를 즉각 시행하라. 한 대가 왔으면 우리는 두 대 혹은 세 대를 올려보내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격추하고, 관련 조치들을 최대한 강구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북한 무인기가 침범했을 때 이를 컨트롤하는 주체는 합동참모본부였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처음에는 ‘왜 빨리 격추를 못 하느냐’는 생각에 답답하다가, 나중에는 조금 이해를 하게 됐다”고 전했다. 실제 군은 “파리를 대포로 잡는다”는 비유대로, 1.8m에 불과한 북한 무인기를 추적ㆍ격추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복합 대공 레이더 등 대공 시스템에 잡히질 않았고, 육안으로 식별했을 때는 무인기가 날아다니는 부분에 아파트 단지가 있어 대민 피해가 우려돼 사격할 수 없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가 이런 측면에서 비대칭 전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북한의 무인기 영공 침범 의도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방과 안보를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취약점을 드러냄으로써 남남 갈등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일종의 대남 통일 전선 전략이 일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북한이 미국을 북한의 페이스에 맞는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 올해 60여 차례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오히려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 관계는 더욱 강력해졌다”며 “중국도 뼈 아픈 부분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도발을 통해 기술적으로 진보할 수 있어도 전략적 승리는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시선을 돌리고 남남갈등을 유도하며 추후 전략적인 선택을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드론부대 조기 창설을 지시한 상황에서 정부는 무인기 관련 대응 강화를 위한 방안 마련에 착수한다. 2017년 육군 지상작전사령부에 드론부대를 만들었지만, 무인기 개념부터 대응방식과 체계가 제대로 정립 안 돼 분절화됐다는 판단에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의 비대칭 전력으로 일컬어지는 무인기와 핵, 생화학 무기 억제에도 유용하도록 정비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그런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시각에서 드론부대 창설을 지시하고 훈련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권호 기자 kwon.h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여름, 어느 의사의 고독사…친형은 외제차 타고 나타났다 | 중앙일보
- 이렇게 택시기사 유인했다…접촉사고 CCTV '15분의 기록' | 중앙일보
- "무섭다"며 보낸 폭설 영상…그게 차에 갇혀 숨진 '딸의 마지막' | 중앙일보
- 이루 '운전자 바꿔치기' 루머에…프로골퍼 유현주 "법적 조치" | 중앙일보
- 18세 여성 승객 골목 끌고가 강제추행…50대 택시기사, 처벌은 | 중앙일보
- 이수정 경악 "옷장에 시신 둔채 여친 부르다니…피해 또 있을듯" | 중앙일보
- 치사율 100% 가깝다"…박쥐에 물린 3남매 걸린 '이 병' | 중앙일보
- 5억짜리 아파트가 50억으로…상상 못 할 재건축 성공신화 | 중앙일보
- '중국 비밀경찰서' 의혹 식당 "추악한 세력 폭로" 전광판 띄웠다 | 중앙일보
- 지인에 '수상한 커피' 주고 내기 골프…수천만원 뜯은 일당 최후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