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짝에게 자리 뺏긴 배제성 "얄궂지만 그게 프로...되찾겠다"
올해 실패 자양분 삼아 도약 다짐
"부진은 내 탓, 친구라도 경쟁해야"
KT 위즈 우완 투수 배제성(26)은 올해 1군 데뷔 뒤 처음으로 실패를 경험했다.
2019년 KT 선발진 한 자리를 차지한 그는 그해 10승(7패)을 거두며 '국내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이후 2020~2021시즌에도 선발 임무를 수행하며 KT가 강팀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올해 6월 중순부터 갑자기 구위가 떨어지며 고전했고, 7월 12일부터 한 달 넘게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8월 중순 1군에 복귀했지만, 선발이 아닌 불펜 투수 임무를 수행했다.
배제성의 공백은 우완 사이드암 투수 엄상백(26)이 완벽하게 메웠다. 그는 전반기에도 다른 선발 투수들이 부상이나 부진으로 이탈했을 때 대신 로테이션 한 자리를 채웠다. 안정감 있는 투구를 보여주며 신뢰를 쌓았고, 8월 7일 수원 한화 이글스전을 기점으로 선발 투수로 고정됐다. 이후 10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활약했다. 올 시즌 11승(2패), 승률 0.846을 기록하며 이 부문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다.
배제성은 2022시즌을 돌아보며 "내가 더 강한 공과 움직임이 좋은 변화구(슬라이더)를 던지는 못한 탓이다. 변명할 수 없다. (풀타임 두 번째 시즌이었던) 2020년에도 구위 저하에 시달렸고, 꾸역꾸역 버텼다. 올해는 나 대신 나설 투수(엄상백)가 있었고, 그 선수가 잘했다. 자리를 내주는 게 당연했다"고 했다.
배제성과 엄상백은 동갑내기이자 절친한 친구다. 경기장에서 항상 붙어 다니는 단짝이자, 야구 얘기를 가장 많이 나누는 동료이기도 하다. 배제성은 "내가 2019년에 선발 투수가 됐을 때도 (엄)상백이가 가장 축하해줬다. 목표가 같다면, 누군가는 밀리는 게 프로다. 얄궂은 일이지만 친구라도 경쟁해야 한다"면서도 "(경쟁) 결과를 두고 마음이 상하는 일은 없다. 올해도 (엄)상백이를 많이 응원했다"며 웃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2023시즌 전반기 '6선발' 운영을 고려하고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가 연달아 열리기 때문에 차출되는 대표팀 선수의 공백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
배제성은 한때 KT 팬들에게 '배이스(배제성의 성과 에이스의 합성어)'라고 불렸다. 올 시즌은 선발진에서 밀렸지만, 3선발급 기량을 갖춘 투수다. 상황에 따라 친구 엄상백과 선발 한 자리를 두고 경쟁할 수도 있다.
배제성은 "2022년은 야구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지만, 결코 잊고 싶지 않다. 실패를 통해서 배운 게 많고 멘털도 더 강해졌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판단과 결정은 코칭 스태프가 내리는 것이다. 경쟁자가 (엄)상백이 딱 한 명인 것도 아니다. 누구나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싶고, 팀 주축 선수로 대우받고 싶을 것이다. 나도 내 자리를 되찾고 싶다. 후회 없이 경쟁을 치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안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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